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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트럼프 관세정책 정면 비판하다

by 정영기

워런 버핏 은퇴


94세의 워런 버핏이 3일(현지시간)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오마하의 현인' 버핏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은퇴 선언식에서 여전히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CHI헬스센터에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프랑스, 중국, 캐나다 등 전 세계에서 온 4만여 명의 주주들이 운집해 투자의 전설의 마지막 연설을 듣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베테랑 투자자의 은퇴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의 투자 철학과 시장에 대한 견해는 여전히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정책 비판


버핏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무역이 무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무역이 전쟁행위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한 그는 균형 잡힌 무역이 전 세계를 위해 이롭다고 강조했습니다.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좀처럼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버핏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었습니다. 특히 관세전쟁으로 인한 미국 달러 약세를 주요 문제로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계속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달러화 자산 가치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달러화 외 다른 통화에 투자할 의향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AI와 에너지 투자


버핏은 유망 투자처로 '미국 내 전기와 에너지 부문'을 추천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과 에너지 수요 급증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AI 기술의 발전과 확산이 데이터 센터와 관련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전력 공급과 에너지 자원에 대한 투자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는 버핏이 여전히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그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버핏의 이러한 투자 제안은 그가 전통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가치가 안정적인 사업에 투자해 온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현대 기술 발전 추세를 반영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줍니다.


현금 보유 전략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342억 달러(약 468조 원)에서 올해 3477억 달러(약 487조 원)로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버핏은 "현금성 자산을 500억 달러 미만으로 낮추고 싶다"면서도 "그 돈을 가지고 언제 투자할지는 알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회가 충만한 투자처와 사업을 항상 찾고 있지만, 엄청나게 매력적인 것은 매우 가끔씩 찾아온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버핏이 여전히 적절한 가치평가와 투자 타이밍을 중요시하며, 단기적인 투자 압박에 굴하지 않는 그의 투자 철학을 보여줍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버크셔해서웨이의 대규모 현금 보유를 경기침체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해 왔으나, 버핏은 단순히 적절한 투자 기회를 기다리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미국 경제 전망


버핏은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신뢰를 재확인했습니다. "누가 1790년에 미국에 베팅을 했겠나. 우리는 무에서 시작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나라가 됐다"며 미국 경제의 저력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이라면서 "앞으로도 이에 대한 나의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도 "1929년 대공황 당시와 비교하면 주식시장의 최근 변동성은 큰 움직임이 아니다"라며 침착한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철학을 바꾸고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며 "세계가 그들을 위해 적응하진 않는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버핏이 단기적인 시장 변동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흐름과 기본적인 가치에 더 중점을 두는 그의 투자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의 은퇴 선언으로 세계 투자계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는 마지막 주주총회에서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비판, AI와 에너지 부문의 투자 가능성, 현금 보유 전략의 중요성, 그리고 미국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를 강조하며 투자자들에게 가치 있는 통찰력을 제공했습니다. 버핏의 투자 철학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가치와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은퇴 이후에도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전략과 그가 남긴 지혜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시장이 급변하는 시대에도 기본에 충실한 버핏의 투자 철학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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