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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기억 사이

by 정영기


빗소리가 낮다.

창문에 맺힌 김 위로 손가락이 한 이름을 그었다.

금세 번지고 사라진 획.

방 안의 공기가 가벼워진다.


왜 우리는 지우는가.

어쩌면 기억은 부피가 있다.

그건 도망이 아니다.

남김과 비움의 비율.

호출과 침묵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기술.


오늘의 나에게 허락할 망각은 무엇이며, 끝내 남겨야 할 기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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