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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배움

by 정영기


배움은 늘 새로 시작되는 것 같지만,
어쩌면 진짜 배움은 끝을 알아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늦가을의 나무처럼, 이제는 더 채우기보다
무엇을 남기고 내려놓을지를 배운다.
지혜는 축적이 아니라 정리에서 자란다.


젊을 때의 배움이 ‘얻기 위한 배움’이었다면,
늦가을의 배움은 ‘버리기 위한 배움’이다.
비워야만 바람이 지나가고,
낙엽이 떨어져야 햇살이 다시 땅을 본다.
배움의 완성은 소유가 아니라 자유다.


오늘 나는 배우기보다 잊는 법을 배운다.
그 잊음 속에서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마음에야 비로소 지혜가 앉을 자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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