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숫자가 아니라 기분으로 먼저 온다

: 바이브세션(Vibecession)

by 정영기

요즘 사람들은 경제 이야기를 할 때 숫자보다 먼저 분위기를 말한다. “괜히 불안하다”, “지금은 좀 아껴야 할 것 같다” 같은 말들이다.


바이브세션(Vibecession)’ 2022년 여름에 처음 등장했지만, 2025년을 전후해 점점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경제 지표는 아직 버티고 있는데, 사람들의 체감은 이미 불황에 들어간 상태. 이 간극이 지금 우리가 느끼는 현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현대의 소비는 더 이상 소득이나 금리 같은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갑을 열기 전에 먼저 묻는다. “지금 써도 괜찮을까?”, “조금 뒤에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실업률이 급격히 나쁘지 않고 주가도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큰 소비와 중요한 결정은 미뤄진다. 이 불안한 정서가 경제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인다.


바이브세션은 통계보다 생활에서 더 잘 보인다. 외식은 줄지만 완전히 끊지는 않는다. 명품 소비는 감소해도, 소소한 사치는 남는다. 멀리 떠나는 여행 대신 집 근처에서의 작은 경험이 늘어난다. SNS에는 “힘들다”, “지친다”, “버텨야 한다”는 말이 넘친다. 뉴스는 더 많이 보지만, 미래 전망에 대한 신뢰는 낮아진다. 경제가 실제로 무너졌기보다,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공유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질문이 나온다. 바이브세션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지표 대신 정서를 읽는 방식이 필요해진다. 소비자 심리지수와 실제 소비의 차이, 소셜미디어에서 불안과 피로를 드러내는 표현의 빈도, “저축”, “부업”, “해지” 같은 검색어의 증가. 문화 콘텐츠의 주제가 힐링에서 생존으로, 광고 메시지가 성공에서 위로로 바뀌는 것도 같은 신호다. 사람들의 감정이 데이터가 되는 순간이다.


중요한 건 이 감정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불황을 느끼기 시작하면 실제 소비는 줄어든다. 기업은 투자를 조심스럽게 하고, 고용은 자연스럽게 움츠러든다. 느낌으로 시작된 불황이 결국 실제 불황을 부르는 구조다. 바이브세션은 착각이 아니라, 자기충족적인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바이브세션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늘날의 경제는 숫자만의 시스템이 아니다. 감정과 기대, 그리고 이야기들이 함께 작동하는 심리적 구조다. 2025년의 시대정신은 “더 성장하자”보다 “망가지지 말자”, “유지하자”, “버텨보자”에 가깝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진짜로 측정해야 할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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