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 가구

by 정영기

1.5인 가구


요즘 사람들은 혼자 살고 싶어 한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히 혼자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문은 닫고 싶지만, 관계까지 닫고 싶지는 않다.

내 방은 필요하지만, 내 곁의 사람까지 사라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바로 이 미묘한 감각을 설명하는 말이 있다. ‘1.5인 가구’다.


최근 이 표현은 한국 사회에서 독립은 유지하되 느슨한 연결은 놓지 않으려는 생활 방식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1인 가구처럼 자율성을 중시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타인과 공간·시간·정서를 부분적으로 나누는 삶의 형태라는 뜻이다.


이 말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주거 유행을 말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오늘의 인간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또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간섭은 싫어한다. 그러나 고립도 견디기 어렵다.

자유를 원한다. 하지만 완전한 단절은 원하지 않는다.

1.5인 가구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현대인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한때 가족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단위였다.

식사는 같이 하고, 거실은 공유하고, 생활 리듬도 어느 정도 맞추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함께 살아도 각자의 시간이 따로 있고, 각자의 방이 있고, 각자의 화면이 있다.

같이 있지만 따로 사는 감각.

이것이 오늘의 가족이고, 오늘의 관계다.


첫 번째 사례는 부모와 성인 자녀의 동거다.

한집에 살지만 삶은 거의 분리되어 있다.

냉장고는 함께 쓰지만 식사는 각자 해결한다.

서로의 귀가 시간도 자세히 묻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불화로 보였을 이 풍경은 이제 새로운 공존의 방식이 되고 있다.

가족이지만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는 거리.

가깝지만 숨 쉴 틈은 남겨 두는 관계다.


두 번째는 친구나 동료와의 느슨한 동거다.

완전한 룸메이트처럼 모든 생활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공간은 나누되, 감정까지 억지로 섞지는 않는다.

각자 방에서 각자의 하루를 살다가, 필요할 때만 안부를 묻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외로움의 비용은 덜고, 간섭의 피로도 줄이는 방식이다.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연결된 채 각자 사는 것에 가깝다.


세 번째는 혼자 살지만 생활은 연결된 사람들이다.

집은 따로 있지만 주말마다 함께 밥을 먹고, 반려동물을 함께 돌보고, 필요할 때는 서로의 집으로 건너간다.

법적 가족도 아니고 전통적 동거도 아니다.

그러나 정서적 안전망은 분명히 존재한다.

외로운 시대에 사람들은 이제 한 지붕 아래의 가족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작은 연대를 만들고 있다.


이 변화는 차갑게만 볼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1.5인 가구는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성숙한 관계의 형식일 수 있다.

서로를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돌볼 수 있다는 가능성.

같이 살지 않아도 서로의 삶에 책임을 느낄 수 있다는 발견.

관계는 밀착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 덕분에 더 오래 지속된다.


물론 여기에는 씁쓸한 그림자도 있다.

높은 집값, 불안한 일자리, 늦어지는 결혼, 개인화된 삶의 리듬이 이런 형태를 밀어 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1.5인 가구는 자유의 선언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방어술이기도 하다.

원해서 선택한 삶이기도 하고, 어쩌면 버티기 위해 발명한 삶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말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혼자를 원하는가, 아니면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연결되길 원하는가.

어쩌면 오늘의 사람들은 관계를 버린 것이 아니라, 관계의 무게를 다시 조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완전한 고립도, 완전한 결합도 아닌 그 사이.

1.5라는 숫자는 애매해 보이지만, 실은 지금 우리의 삶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숫자인지도 모른다.

삶은 점점 혼자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만은 끝내 0.5만큼의 온기를 남겨 두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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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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