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ovedreamer
Sep 23. 2020
다들(아! <다>는 아니시겠지요?) 밥 걱정에서 언제 벗어나시나요? 언제 밥순이 졸업하느냐고요?
요즘 온클 (온라인 클래스) 덕분에 집밥 고민들 더 많으시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밥하기 싫은 마음에 베테랑 식순이가 되기 싫어 일주일치 식단 짜기, 일주일치 장보기 이 따위 짓은 안 합니다. 반찬 미리 해두기 이런 것도 안 합니다. 식구들에게 버림받은 잔반 처리하기 싫어 내가 좋아하는 반찬만 남기고 손을 대지 않는 반찬통은 빨리 비워냅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되는대로 해 먹습니다.
그러면 안됩니까? 요즘같이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좀 덜 챙겨 먹는다고 탈이 나겠습니까? 집에 간식이야 맛난 찬이 없으니 쓸데없이 느는 똥배만 줄겠지요.
아이들 먼저 챙겨 먹이고 학원 간 사이 남편이 퇴근했습니다. 국수가 먹고 싶다는 핑계로 다만 두 번 밥상 차리기 싫어 근처 국숫집으로 갔습니다.
저는 친정엄마가 늘 일하시고 반찬 투정할 상대도 없거니와 그다지 입맛이 까다롭지도 않아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국민반찬이 멸치볶음 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마음에 밥 먹기가 귀찮아 알약 한알에 영양분이 다 들어있어 모든 게 해결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말 그대로 밥 먹는 거 조차 귀찮아한 셈이죠.
거기 반해 남편은 정 반대였습니다. 귀하디 귀한 장남에 음식 솜씨 좋은 살림하시는 어머니, 아시죠? 철마다 제철 나물 손질에 밑반찬 마련하고 멸치 똥 다 까고 천연육수로 다 요리하려면 엄마의 열 손가락은 갈라지고 손톱이 다 닳아 없어지는 지경이 되지요.
이렇게 다른 사람이 결혼했으니
우스운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신혼초였습니다. 갈치를 구웠는데 남편이 가운데만 발라먹는 겁니다. 그리고 잔가시가 많은 귀퉁이는 손을 대지 않고 두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는 열이 받혀서 지금 같으면 암말 안 하고 다시는 갈치구이 하지도 않을 텐데, 그때만 해도 신혼인지라 보란 듯이 밥 먹다 말고 남은 생선 조각을 싱크대에 쏟아버렸습니다. 당신이 먹다 남긴 거 먹으려고 결혼한 거 아니라 하면서요. 그 사람은 그냥 무안해하며 < 별 뜻이 없었다. 갈치 가시 가려내기 어려워 그랬다 > 하더군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으니 그냥 자신의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지요. 장남이 남긴 생선 조각은 당연히 시어머니 몫이었겠지만 그게 한 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거겠지요.
늦게 외식을 하고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제철 나물거리를 사 오면서도 내일 아이들 밥 거리가 걱정됩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늘 식사 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나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남편이 그런 말을 하는 걸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내뱉었습니다.
" 아, 이 밥 걱정은 언제 끝나냐? "
이 눈치 없는 곧이곧대로인 사람이 하는 말이
" 평생 해야지 "
그 순간 제 마음이 어땠는지 식구들 먹거리 책임지는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짐작됩니다.
전 아직도 꿈꾸고 싶습니다.
만능 슈퍼 영양제를 개발해서
전 지구인을 기아에서 해방시키는 거 말고요.
식사 준비 걱정거리에서 식순이 혹은 식남이 ( 적당한 말이 없네요. )를 졸업시켜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