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일은 잘되지 않고, 결정해야 할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가장 기본적인 일들은 하기 싫고, 하고 싶은 일들은 성과가 좋지 않다.
기본적인 일들을 하려고 방향을 틀면, 그렇다고 기회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분명히 언제까지나 도전이 나를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현실은 그 숫자가 참 중요하다.
여하튼 이런저런 고민에 머릿속이 복잡할 때, 가만히 집에 있으면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집은 시야를 넓혀 생각하기에는 너무 좁다.
어떤 집도 야외보다 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걷는 것도 중요하다.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고 있으면, 너무 뇌로 모든 에너지가 쏠려서
오히려 더 좋은 생각을 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에너지를 분산하면서 생각해야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고민도 고민이지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도 산책은 좋은 방법이다.
시원한 공기뿐만 아니라, 길가에 핀 잡초도 좋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풍기는 산뜻한 공기 냄새도 좋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나 지나갈 때 보이는 건물의 모습도 좋다.
이전보다 새로워진 풍경이 있다면, 더욱더 좋다.
앞집 마당에 심은 옥수수가 한 뼘쯤 자라 있다면 그것도 좋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고양이가 어슬렁 거리며 지나가면 더할 수 없이 좋다.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지만, 만난 것만으로도 인사한 듯하다.
간혹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 눈도장을 콕 찍어 둔다.
그러니 안 좋을 수 없다.
한 시간쯤 걷고 슬쩍 피부를 적시는 땀이 좋다.
가뿐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는 새롭게 보이는 다른 풍경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두운 생각과 고민은 그걸로 잠시나마 씻겨 나간다.
집에 돌아와서 산책하며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한다.
좋은 게 많았으니, 정리한 것들도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오늘도 산책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