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사무용품을 통해 본 커리어 변천사
이직을 여러 번 하다 보면 회사를 여러 가지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중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비주얼 면에서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사무용품이 아닌가 싶다.
1. 유선 전화 -> 발신자 번호가 뜨는 유선 전화 -> IP 전화 -> Jabber 또는 Teams Calls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뜻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야 무궁무진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화’ 그리고 ‘이메일’ 은 통신수단의 가장 기본이 된다.
입사 당시의 팩스는 지양하는 수단이었지만, 그렇다고 무시되는 수단은 아니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수단이다. 특히 항공 부서가 아닌 해상 부서에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 같다. 많은 운송사들이 여전히 팩스를 이메일보다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고, 이는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팩스를 편하게 생각하는 층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전화기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2010년 전만 하더라도 ‘발신자 번호’를 추가하는 서비스는 나름 비싼 기회비용에 속했다.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기본 서비스에, 유료의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것이 비용을 지불하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트렌드는 하나의 평범한 기준이 된다. 이후 추가 서비스와 추가 비용에 해당하던 ‘발신자 번호’ 확인 서비스는 기본 트렌드가 되었고, 업무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상당한 도움이 된 것은 물론 고객도 상당히 만족했을 것을 의심치 않는다.
전화 선에 연결하던 전화기를 사용하던 시대는 지나고, PC 라우터에 연결하여 쓰던 IP 전화에서 더 진화하여 더 이상 전화기가 필요한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앱으로 전화를 사용하는 시대가 왔다. 유선 전화기 수거 및 라우터에 연결하는 헤드셋 제공과 모바일 앱 다운로드로 개인 휴대전화로 사무실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헤드셋을 하루 종일 착용하는 것은 너무 불편하기에 실제로 대부분의 직원들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는다.
파트너들은 모두 Teams를 사용하기 때문에, Teams Call도 드문드문 받는다.
2. 모뎀(Modem) -> 라우터(Router) Sync
2007년 기준만 해도 PC라 함은 커다란 본체를 의미했다. 자리 이동을 할 때마다 컴퓨터 모뎀을 끙끙거리며 옮기거나, 너무 무거운 나머지 의자 위에 올려두고 이동시키는 자리 이동이 이사처럼 큰 부담을 의미했다. 여전히 두 개의 무거운 모니터는 자리 이동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의미하지만, 가벼운 라우터는 예전의 그 무거운 모뎀보다 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요즘은 노트북 지급에 자율 좌석제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나름 회사의 인프라 중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우수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방문한 고객사의 엄청난 사무실 환경을 보고 부러워졌다. 부러운 건 지는 거다, 맞다!! 하하~
3. 다이어리 -> outlook scheduler
스타벅스 팬 노트 다이어리에 열광하듯, 연말만 되면 사무실에서는 다이어리 전투가 암암리에 벌어진다.
상대적으로 수출팀은 선사 및 항공사 영업 사원 덕분에 달력(monthly calendar), 주력/위클리(weekly calendar)와 다이어리가 풍요롭지만, 수입 부서의 경우는 찾아주는 영업사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출부서들의 잉여 공급된 캘린더와 다이어리의 공급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달력은 여전히 사무실에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하고 있고, 다이어리는 회의 참석 시 체면용으로 여전히 필수한 존재이다. (요즘은 노트북으로 회의 기록을 많이들 하시지만, 개입 노트북을 부여받지 못한 직원들은 다이어리가 무난한 수단이 된다. 어쩐지 회의 시간에 핸드폰으로 메모를 하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것도 꼰대 같은 나의 시선일지도)
달력과 위클리 캘린더에는 주로 팀원들과의 점심 약속 기록과 공용 메일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각, 주요 미팅 등을 기록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로 전환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사무실 책상 위의 달력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주요 업무를 하드 커피에 기록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던 직장 생활을 코로나가 발 빠르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대안책은 아웃룩(메일) 캘린더에 일정을 기록하는 곳이다. 사무실에 출근을 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아웃룩은 상시 접근이 가능한 수단이었고 기록만 잘해둔다면 오히려 활용을 잘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팅과 약속을 메일로 설정(초대)하여 수월한 시간 관리도 가능하다. 자고로 기능을 몰라서 사용을 못할 뿐이지, 한 번 사용을 해보면 ‘인간은 적응(활용)의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도구(?)를 활용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의 나를 원망할 뿐이다.
4. 회의실에서 회의(F2F Meeting) -> 유선 콘퍼런스(Call/Tele Conference) -> 팀즈 콘퍼런스(Teams Conference)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무슨 시간일까? 점심시간과 퇴근시간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시간은 무슨 시간일까? 회의시간, 그중에서도 퇴근 1시간 전에 잡힌 회의 일정
브레인스토밍 (Brain Storming)을 일으킬만한 회의는 환영한다, 다만 포워딩 업무팀에서는 그렇게 쌈빡하고 기대치가 높은 아이디어를 요구할 만한 일은 많지 않다.
스킬은 경험의 축적에서도 나오고, 고객과의 우호적인 관계와 유대감에서 기르는 역량이긴 하지만 회의를 통해서 뭔가(Something)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코로나의 좋은 점이라면 대면 회의를 지양하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의 다이어리를 들고 회의실에서 매번 무겁게 모이던 미팅에서 점차 전화 상으로 회의를 하는 추세로 바뀌더니, 팀즈로 화면 공유가 되는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 가끔 상관없는 회의를 들어갈 때는 무음 처리를 해놓고 다른 업무를 하면서 회의 내용을 청취할 수 있는 것도 팀즈의 장점이기도 하다. 또 다른 팀즈 회의의 장점은 화면 공유가 가능해서 프레젠테이션의 형식으로 회의가 교육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으로서 '회의'를 싫다는 것 :)
5. 포스트잇(PostIt) -> Msn Messenger -> Teams Message / One Note / Sticky Notes
특히 하게도 다니던 회사에서는 포스트잇을 제공하지 않았다. 포스트잇은 소모품이라는 이유였다. 그래서 동료들은 늘 지하철에서 광고용으로 나오는 포스트잇을 사수해서 나누어주고는 했다. 신입사원이나 이직한 직원들이 첫 출근할 때 회사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가장 민망한 부분이 '저희 회사에서는 포스트잇을 제공하지 않아요'라는 말이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해봤더니 포스트잇은 그냥 주더라는...
물론, 열심히 포스트잇을 쓰더라도 문제는 그 포스트잇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늘 쌓아둔 포스트잇 뒤쪽 접착 부분에 온갖 먼지가 다 묻은 뒤에야 정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 메모를 할 당시에는 그 메모의 내용을 정리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종이 메모지도 필요하지만, 재택근무에서는 종이 포스트잇 보다 원노트나 스티키 노트 기능을 많이 쓴다. 필요할 때 급하게 종이쪽지를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세상에 없다는 경험을 해서일 것이다. 스티키 노트나 원노트를 화면 하단에 바로 찾기 아이콘으로 고정해두고 찾아보면 그것도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전화 메모는 주로 메신저 기능을 많이 사용하고 (예전에 포스트잇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서 주면, 메모를 전달받은 사람은 꼭 이상하게 저장을 다른 곳에 해두지 않고 그 메모지를 고이 간직하다 잃어버린다는... 예정된 불행한 결말. 핫핫.),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달라져 팀즈로 열심히 메모를 남기고 있다.
쓰다 보니 길어진 오늘의 브런치였다.
하루 만에 쓸 거라 생각했는데, 며칠째 쓰고 있다는...
오늘이 연차라 겨우 완성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