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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Oct 30. 2022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너의 첫 클래식 공연 관람을 기념하며 (2022. 10. 22.) -



아들에게,


너의 첫 클래식 공연 관람,

'2022 서울 국제음악제 SIMF오케스트라 개막음악회: 모차르트'를 다녀오고서

엄마는 이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 너에게 편지를 남긴다.


그 공연이 네가 잘 알고 있는 모차르트라서 엄마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첫 공연부터 생소한 음악가는 너를 클래식과 멀어지게 할 테니까.


네 첫 클래식 공연 관람을 기념하자니,

엄마의 첫 클래식 공연 관람도 한 번 돌이켜보게 된다.


엄마의 첫 클래식 공연은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의 첼로 독주회였지.

곡 제목은 솔직히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단다.

아마 중학생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곡들이었을 거라 생각해본다.


그 이후의 가장 선명한 공연은 고1 때 본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어.

너도 아는 제주도 민정이 이모가 티켓을 줬었거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이라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 아직도 엄마의 마음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어제 네가 공연 중간중간에 질문하던 모습이 생각이 나.

그리고 그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어.


제1 바이올린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지휘자 부재 시, 팀을 이끈다는 것!

(네가 저 사람이 지휘자 나면서 질문했던 것에 대한 대답)

그래서 공연 전 악기 튜닝을 할 때, 음을 잡아주는 역할로 공연이 시작되기 전임을 알리는 것!

(지금 시작하는 거냐는 너에 질문에 대한 대답)


그리고 네가 들은 미사곡은 맞아, 영어가 아니지. 라틴어란다.

엄마는 다행히 그 미사곡들을 라틴어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제목 정도는 알고 있었어.

생각해보면 그런 배움의 기회들이 감사한 거 같아, 네게 알려 줄 수도 있고 말이야.

너도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잘 배워두기를 바란다.


그리고 네가 인터미션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어.

쉰다는 건 정말 중요하거든.

공연 중간에 쉼으로써 1부에 나왔던 음악들을 음미하고,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함으로써 다음 공연을 집중해서 볼 수도 있지.

삶을 살면서 쉬어야 할 때를 알고, 그때 잘 쉬는 것이 네가 삶을 살아갈 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거야.


지루했을 2부에 몸을 비틀며 참아내는 너를 보며 어렸을 때 생각도 났지.

누구나 생소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하품과 지루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단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몸을 비트는 너를 보며 내가 한 마디 하니, 네가 말했지.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법이라며...

(다 컸구나...! 그렇지만 말만 청산유수처럼 하는 건 고치길...!!)


이번 공연을 계기로 클래식 음악 데이트를 가끔 할 수 있으면 좋겠어.

너네 아빠와는............................. 이번 생엔 힘들 것 같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기면 넘겨줄게, 그 기회 :)

예술의 전당의 가을, 가을에 오면 감나무의 감이 가득 달려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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