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를로스 안 Jan 25. 2023

설날, 엄마와 나

부제 : 감정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1. 설연휴


설연휴를 맞아 엄마집을 방문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엄마는 올 설에도 열심히 무언가를팔고 있고, 가게를 지키고 있다.

엄마는 시장에서 꽃집을 운영 중이다. 다만 봄에 꽃이 잘 팔리는 성수기가 몰려 있다 보니, 엄마는 (봄을제외한 대부분이 비수기이지만) 비수기 때에는 특유의 부지런함을 다해 고추, 건어물, 떡, 우산, 굴비 안 파는 게 없이 판다.


설을 맞아 반짝 수요가 증가하는 과자강정이 몇 시간 만에 다 팔렸다고 하면서 내년에는 강정을 팔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장 안에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산다며, 자신이 제일 늦게 문을 여는 데, 닫는 것만큼은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손님이 없어도 가게를 닫지 못한다.


“평생 사람들의 눈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삶”, 지금의 모든 부모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사는 거 같다.


“나 또한 얼마나 자유로울까”라고 한다면,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주제이기는 하나, 부모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녀에게 같은 감옥을 얽어매려 할 때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은 아주 명확하다.


이번 설날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는 배경과 맥락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부자들이 많고, 효녀와 효자들 이야기로 넘친다.

가끔 사업이 망했다거나, 불효녀, 불효자에 대한 양념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삶은 인생을 불행하게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치트키임은 확실하다.



2. 감정


원하지 않지만 반복되는 대화의 패턴이 만들어진다.


타인의 시선에 갇힌 엄마를 보며, 내가 더 화를 낸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 각자 파는 제품이 다르고,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데 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지 내가 답답함을 더 느끼며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그들이 그런 시선을 줄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오랫동안 만들어진 잘못된 자의식은 아닐까)


그렇게 짧은 설 연휴를 보내고 엄마집에서 돌아오면감정에 찝찝함이 남는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다. 감정을 표현하면 무언가 이성이 부족한 사람, 철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를 하는 데, 살면서 계속 느끼는 것은 “감정은 생각보다 너무나 중요하다”.


김종명 작가의 글에서 ”감정은 존재의 순간적 표현“이라고 했다.

우리가 감정이 상했을 때 그렇게 좌절하고 분노하는것은, 누군가가 나의 감정을 무시한다는 것이 마치 나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은 정말 맞는 거 같다.


감정이 그렇게 중요한 데, 가장 가까운 가족과 함께 할 때마다 서로에게 쉽게 감정의 상처를 준다는 것이 인생의 모순과 역설이다.


집에 다녀올 때마다 후회를 하는 데, 이게 고쳐지지 않는 건 아직 내가 엄마를, 인간을, 인생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직도 갈길이 먼 거 같다.


다만, 이제 감정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작은 깨우침 하나만으로 다시 내일을 살고자 한다.


감정은 중요하다. 아주.

작가의 이전글 급성요추염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