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무실로 통하는 출입문은 철제입니다. 출근길, 리더기에 사원증을 인식시키고 출입문을 열었습니다. 등 뒤에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손에 힘을 주고 문을 세게 열었습니다. 뒤에서 오는 직원이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출입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방향을 돌려 화장실에 갔습니다.
“쾅”
어깨가 살짝 떨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습니다.
출입문은 확 열면 시끄럽게 닫히고 살살 열면 조용히 닫힙니다. 힘을 세게 줄수록 큰 소리가 납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따릅니다.
하지만 문을 세게 열어도 천천히 닫히게 조정하는 기구가 있습니다. 댐퍼라고 불리는 충격 흡수제입니다. 경첩에 댐퍼를 설치하면 문을 세게 열어도 천천히 닫힙니다. 사무실 출입문에는 댐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마음속에 댐퍼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이 지닌 댐퍼는 다른 말로 회복 탄력성이라고도 부릅니다. 상사에게 꾸중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 종일 한숨을 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는 커다란 댐퍼를 지닌 사람입니다. 어떤 충격을 받아도 금방 흡수해버립니다. 웬만해서는 마음속에 쾅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후자는 작은 댐퍼를 지닌 사람입니다. 사소한 말에도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마음속에서 천둥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는 흔히 전자를 대범하다고 칭하고 후자를 소심하다고 간주합니다.
마음속 댐퍼의 성능은 일정하지 않고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수면 시간, 가족과의 관계, 우울한 정도, 어제 겪은 일에 따라 성능이 들쑥날쑥합니다. 대범한 사람이 별것 아닌 일에 토라지기도 하고 소심한 사람이 날벼락같은 일에도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항상 성능 좋은 댐퍼를 장착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상대가 전부 받아들이고 흡수하길 바랍니다. “내가 화를 내는 건 너를 위해서야”,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충고는 충실하게 상대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냅니다. 듣는 사람은 압니다.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격려하는 건지,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화풀이하는 건지 말이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건물로 향할 때였습니다. 출입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살짝 열린 문은 조용히 닫혔습니다. 댐퍼가 없는 문은 조심히 열고 닫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통하는 문에는 댐퍼가 없다고 가정하세요. 세게 닫으면 쨍그랑 깨지는 유리문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조심해서 열고, 닫힐 때는 손바닥으로 슬쩍 받쳐주세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동합니다. 상대방도 내 문을 조심히 열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