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기록. ① 기획, 책의 주춧돌 세우기

《10대를 위한 슬기로운 게임 생활》출간기

by 조형근

2016년 7월, 첫 책을 출간하고 6개월 간격으로 연달아 두세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처음에는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만 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책 출간이 또 다른 책쓰기로 이어졌습니다. 한동안 책쓰기에 흠뻑 빠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글을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미친 듯이 글을 썼습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쓸 때만큼은 잡념에서 벗어났습니다. 글을 쓰며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제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아름다운 생명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일생일대의 축복이자 행복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 장단이 있듯, 딸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제 시간을 딸에게 투자해야 했습니다.


딸이 돌을 지날 때쯤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회사 일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었습니다. 평일에는 야근을 하고,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하고 집을 정리했습니다. 아내의 건강도 나날이 나빠졌습니다.


책을 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어떻게 삶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요. 시간이 흘러 딸은 유치원에 들어갔습니다. 서투르지만 의사표현을 곧잘 하니 육아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아내도 운동을 하며 웃음과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주 52시간 일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퇴근 시간도 빨라졌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제 부캐인 작가가 다시 제 마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우리 다시 책 쓰지 않을래?"


1. 다시, 책쓰기의 계기가 된 산책


2020년 7월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신 날, 우리 식구는 집 근처 공원에 갔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딸은 오리와 물고기를 보며 좋아했고 저는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코스의 절반 정도 걸었을 때 아내에게 슬며시 말했습니다.


"나 다시 책을 쓰고 싶어, 어떤 주제로 책을 써야 할지 고민이야."


아내가 잠시 생각한 뒤 말했습니다.


"오빠는 게임 문화에 관심이 많잖아. 학생들에게 게임과 공부 둘 다 잘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쓰면 어떨까?"


느낌이 왔습니다.


좋은 주제였습니다. 산책로를 다 돌 때까지 아내와 책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때는 산책을 추천합니다. 자연 속에서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걸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누군가와 함께해도 좋습니다. 대화 중에 스쳐 지나가는 글감을 놓치지 않고 메모하시기 바랍니다.



2. 책 콘셉트 구상, 목차 짜기


집에 돌아와서 곧바로 책의 콘셉트를 구상했습니다. 가제는 <게임, 좋아해도 괜찮아>였습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쓸지 생각나는 대로 무작정 써나갔습니다.


1604799176603.jpg 어떤 책을 쓸지 생각나는 대로 메모한 흔적


장 제목은 책의 메시지와 전개를 고려해서 지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걸으면서 생각하고, 집에서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정리했습니다. 고민하고 한 줄 적고, 고민하고 또 한 줄 적었습니다.


1장. 게임 전성시대

2장. 게임과 더불어 사는 인생

3장. 부모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마법

4장. 주도적으로 살아볼까


꼭지 제목도 정했습니다. 나중에 글을 쓰면서 장 제목을 추가하고 꼭지 제목도 고쳤지만 전체적인 개요는 이때 설정한 것과 같습니다.


1604799245418.jpg 목차를 구성하다


3. 책쓰기는 기획이 8할입니다.


책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과 돌덩이처럼 무거운 엉덩이입니다. 그리고 초고를 완성할 때까지 굳은 결심을 잊지 않는 의지입니다.


그러나 순수하게 책 자체만 놓고 보면 기획이 가장 중요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결정하는 게 기획입니다. 출간 계약이 되느냐 마느냐는 여기서 결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출판사는 투고받은 원고를 모두 읽지 않습니다. 투고 원고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목차와 내용을 쓱 훑어보고 마음에 들면 글을 읽고 출간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러니 원고를 쓰기 전에 기획을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남보다 잘하는 것, 내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책 콘셉트에 반영하세요.


가령 육아가 주제라면 내 특별한 노하우가 담긴 육아법을 보여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경험을 담으면 좋습니다. 독특하면 독특할수록 출간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한동안 책의 목차와 꼭지를 다듬었습니다. 이제 원고를 써도 될 정도가 됐습니다. 부족한 점은 글을 쓰면서 보충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곧바로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경쟁 도서를 참고해야 했습니다. 목차의 완성도를 높이고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다른 책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주제로 먼저 출간된 책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가방을 챙겨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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