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슬기로운 게임생활》출간기
초고를 다 썼습니다. 이제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원고를 투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바로 퇴고입니다.
첫 번째 책을 쓸 때는 퇴고라는 단어를 몰랐습니다. 초고를 쓰고 쓱 훑어본 후 곧장 투고했어요. 계약을 하고 저자증정본을 펼쳤을 때 화들짝 놀랐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오탈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완벽한 글인 줄 알았는데 완벽한 착각이었습니다.
제 잘못이었습니다. 좀 더 꼼꼼하게 원고를 살펴야 했습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글을 읽지 출판사의 글을 읽지 않습니다. 책임감을 갖고 원고를 검토해야 했습니다.
요즘에도 간혹 첫 번째 책을 읽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습니다. 한 번만 제대로 퇴고했다면 실수를 충분히 걸러냈을 겁니다. 너무나도 민망하지만 '지난 글이 부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가 발전했구나.'라고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공복에 소주 한 잔 마신 것처럼 속이 쓰리지만요.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퇴고를 꼭 하시기 바랍니다.
포털사이트에서 퇴고를 검색했습니다.
"퇴고(推敲)’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미는 것과 두드리는 것이지만 ‘글을 쓸 때 여러 번 생각해 잘 어울리도록 다듬고 고치는 일’을 뜻한다"
퇴고의 정확한 의미와 유래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또 부끄럽네요. 퇴고의 고(敲)가 원고의 고(稿)와 같은 줄 알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한없이 배웁니다.
퇴고의 정의대로 원고를 밀고 두드리면서 다듬어야 합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출간 계약 확률도 높여주는 작업이 퇴고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버릇이 있습니다. 글쓰기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습관이 묻어납니다. 내가 자주 쓰는 단어와 관용구가 원고지 위에 올라갑니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떠올리지 못하는 단어와 문장을 쓸 수는 없습니다.
프로이트는 "사람의 말에는 실수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말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모르는 어휘와 개념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퇴고할 때는 국어사전을 곁에 둬야 합니다. 버릇처럼 쓰는 단어를 다른 말로 바꿔 원고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단어와 동사의 반복은 글을 단조롭게 합니다. 키워드가 아닌 이상 한 꼭지에 같은 단어와 동사를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를테면 글을 '쓰다'를 적다, 집필하다, 작성하다, 기록하다, 새기다로 바꾸어 보세요. 좋은 글이 더 좋은 글로 변할 겁니다. '쓰다'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도 좋습니다. 원고지에 펜을 휘둘렀다, 키보드를 두드렸다처럼요.
국어사전에 단어를 입력하면 유의어와 반의어가 함께 나옵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어휘를 익히고, 단어를 바꾸어 쓰니 글의 품질이 올라갑니다. 원고가 좋아지니 출간 확률도 높아집니다. 일석삼조입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는 숫자를 활용하세요. 예를 들어 그냥 '키가 큰 사람'이라고 하면 사람마다 자기 기준에 따라 키 큰 사람을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180센티미터의 키'라고 기술하면 독자 모두 정확히 180센티미터를 그리게 됩니다.
많은 사람보다 열댓 명의 사람, 가까운 거리보다 100미터 간격처럼 상황을 묘사할 때는 숫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세요.
퇴고할 때 숫자를 잘못 쓰지 않았는지도 꼭 확인하세요. 저는 이번 책을 쓰면서 지구 자전속도를 기입했습니다. 지구 자전속도는 시간당 약 1700킬로미터인데 처음에 1300킬로미터라고 썼습니다. Delete 버튼을 누르고 실수를 바로잡았습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잘못 써서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뻔했으니까요.
숫자를 듬뿍 쓰되 잘못 쓰지 않았는지 두세 번 점검하세요.
우리말은 영어와 다르게 주어가 없어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 문장에서 주어가 무엇인지 썼으면 다음 문장에 굳이 주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직장인입니다. 저는 주말에도 회사에 다녀왔습니다' 뒷 문장의 '저는'을 빼면 한결 읽기 편합니다.
접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접속사가 없어도 글을 해석할 수 있으면 빼야 합니다. '나는 오늘 카페에 갔다. 그리고 커피를 주문한 다음 화장실에 갔다'에서 '그리고'를 제거해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주어와 접속사를 빼면 뺄수록 글이 간결해지고 문장이 짧아집니다.
퇴고는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끝도 없이 퇴고할 수는 없습니다.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글도 다음 날에 보면 부족한 점이 보입니다. 애초에 완벽한 글은 없습니다. 그 순간만 완벽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마감 기한이 있는 글을 쓰듯이 어느 순간에는 원고를 정리하고 끝을 봐야 합니다.
저는 세 번 퇴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컴퓨터로 퇴고하고 세 번째는 원고를 출력해서 퇴고하는 방법입니다. 모니터에 쓰여 있는 글과 종이에 적혀 있는 글은 다릅니다. 종이 원고를 책처럼 읽어보세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실수가 보일 겁니다.
마지막 퇴고는 이전 퇴고를 끝내고 일주일 뒤에 하는 걸 권합니다. 일주일 동안 원고를 잊고 머리를 식히세요. 푹 쉬고 새로운 마음으로 원고를 보면 발췌하지 못했던 오류를 찾을 수 있습니다.
퇴고를 마쳤습니다. 이제 투고해야 합니다. 전문가 집단에게 내 원고를 소개하고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출간을 하려면 원고의 강점을 부각하고 계약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투고를 하기 위해 출판사 목록을 정리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원고에 관심을 갖고 서로 책을 출간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심호흡을 했습니다. 출간기획서와 원고를 무기 삼아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