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기록. ③ 초고 쓰기, 엉덩이에 물집나게 쓰기
《10대를 위한 슬기로운 게임생활》출간기
책의 주제를 정하고, 목차, 참고도서 분석을 마쳤습니다. 이제 글을 쓸 시간입니다. '나는 돌덩이다, 나는 돌덩이다.'라고 되뇌며 바른 자세로 앉았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한글을 실행했습니다. 파일명을 입력하고 저장부터 했습니다. 새하얀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괜스레 압박이 느껴집니다.
잘할 수 있을까
한 권 분량의 글을 쓸 수 있을까
한번 쓰기 시작하면 책쓰기라는 파도에 올라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부여잡고 키보드에 손을 올립니다. 자판을 누르고 초고 쓰기 여정에 나섭니다. 언제나 시작이 가장 힘듭니다.
저는 최대한 빨리 초고를 쓰고 싶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글을 써야 탄력이 붙고 책쓰기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대를 위한 슬기로운 게임생활≫ 초고를 쓰는 데에는 45일이 걸렸습니다. 39개 꼭지를 썼으니 하루에 한 꼭지 가량 쓴 셈입니다. 글이 잘 써질 때는 한 번에 세 꼭지를 쓰기도 했고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한 꼭지도 쓰지 못했습니다.
초고라는 높은 산을 지치지 않고 재빠르게 올라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몇 가지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괜찮은 것이 있으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1. 자투리 시간을 끌어모으세요.
초고를 쓸 때는 틈새 시간을 모두 책쓰기에 투자하세요. 하루를 글을 쓰는 시간과 글을 쓰지 않는 시간으로 나누세요.
저는 직장인입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글을 쓸 수 없어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리고 퇴근 후에 다시 글을 썼습니다.
출퇴근길은 책을 쓰는 데 최적의 시간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도 1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이 시간을 글을 쓰는 데 투자했습니다. 버스를 타러 갈 때,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글을 썼습니다.
버스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썼습니다. 오타가 자꾸 나오고 손가락이 저릴 때도 있었지만 하루에 글을 가장 많이 쓸 수 있는 게 출퇴근 시간이었습니다. 놓칠 수 없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딸을 재운 후 컴퓨터를 켰습니다.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쓴 글을 옮기고 다듬었습니다.
초고 쓸 때는 수면 시간을 줄였습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새벽 5시에 일어났습니다. 아내와 딸이 자고 있을 때가 집중하기 좋았습니다. 날이 밝아 오는 걸 바라보며 고요한 아침에 홀로 글을 썼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모두 책쓰기로 채웠습니다. 걸으면서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고 자기 전에 누워서 내일 쓸 글을 구상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간단히 메모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직장인이어도 하루에 5시간 이상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책쓰기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꾹꾹 눌러 담아 글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2. 다양한 장소에서 글을 쓰세요.
장소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글을 쓰는 것을 권합니다. 저는 버스 안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커피숍에서는 태블릿 PC와 블루투스 키보드로, 집에서는 컴퓨터로 글을 썼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글이 잘 써졌습니다. 늘 같은 곳에서 습관적으로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장소를 바꿔가며 글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가끔은 공원을 걸으면서 글을 썼습니다. 잘 안 풀리던 부분이 매끄럽게 해결될 때 속으로 야호를 외쳤습니다.
3. 순서대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책은 목차의 순서대로 내용이 연결됩니다. 순서대로 글을 쓰는 게 좋지만 꼭 순서대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순서대로 써야 한다는 강박에 특정 꼭지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끙끙 앓으면 초고를 쓰겠다는 결심이 약해집니다.
과감하게 꼭지를 건너뛰세요. 좋아하는 꼭지부터 써도 괜찮습니다. 나중에 글을 모으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앞, 뒤 맥락을 연결하면 되니까요. 1장 썼다, 3장 썼다 다시 2장으로 돌아와도 괜찮습니다.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합니다.
4.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세요.
저는 초고를 쓸 때 생각나는 대로 막 씁니다. 문법에 맞지 않아도, 주어가 두세 번 들어가도, 같은 동사를 반복해도 무시하고 쭉 써나갑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씁니다.
대신 속도에 신경 써서 글을 씁니다. 재빨리 다 쓰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와서 차분하게 글을 읽습니다. 어색한 문장을 고쳐 쓰고 불분명한 단어는 사전을 뒤져 적합한 단어로 바꿉니다. 퇴고하면서 불필요한 내용을 지우고 글의 품질을 올립니다.
5. 10,000자를 쓸 때마다 나를 칭찬하세요.
책 한 권은 A4용지 100장 분량으로 이루어집니다. 글자 수로 보면 12만 자 정도 됩니다. 저는 만 단위를 넘길 때마다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소파에 등을 붙이고 쉬면서 나를 토닥였습니다.
1만, 2만, 3만, 6만이 넘어가면서 곧 초고를 다 쓰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책의 절반 분량을 집필하는 순간 9부 능선을 돌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더 책쓰기에 몰입했습니다.
책을 쓰는 도중에는 아무도 나를 격려하지 않습니다. 좋은 글을 쏟아 내도 칭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동기부여는 스스로 해야 합니다.
드디어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책쓰기 과정 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마우스 스크롤을 여러 번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제가 쓴 초고를 바라봅니다. 코끝이 살짝 시렸습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쓴 글을 바라보며 혼자 감상에 젖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이제 퇴고할 시간입니다. 초고를 쓸 때는 설레지만 퇴고할 때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호랑이 감독이 되어 제가 쓴 글의 문제를 찾아내고 지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3일 간 휴식을 취하고 퇴고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