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기록. ⑥ 투고, 1승만 거두면 됩니다

《10대를 위한 슬기로운 게임생활》출간기

by 조형근

투고 준비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출간기획서와 원고의 파일명을 바꿨습니다. 책의 가제를 적고 앞에 [출간기획서], [원고]라고 표시했습니다.


월요일 새벽 5시, 투고할 생각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샤워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투고 인사말을 메일에 쓰고 출간기획서와 원고를 첨부했습니다. 출판사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메일을 보냈습니다. 원고가 제 손을 떠났습니다. 공은 출판사에 넘어갔습니다. 출판사와 인연이 닿길 바랐습니다.



1. 출판사 메일 주소는 어떻게 수집하나요?


발품을 팔면 손쉽게 출판사 메일 주소를 모을 수 있습니다. 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인터넷에서 출판사 목록을 구할 수도 있지만 손수 모으는 걸 추천합니다. 출판사마다 전문 분야가 다른데요. 출판사에서 어떤 장르, 어떤 분야의 책을 주로 출간하는지 알아두면 투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첫 번째 책의 원고를 투고할 때는 무식한 방법을 썼습니다. 서점에 가서 아무 책이나 하나씩 집어 들고 판권 페이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20201114_045332.jpg 판권의 예, 출판사 이메일과 홈페이지가 적혀있습니다.


'찰칵찰칵' 소리에 점원이 슬그머니 다가왔습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뭐하냐고 물어봅니다.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찍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점원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데 식은땀이 났습니다. 서점에서 뻘쭘하게 이 책, 저 책 촬영하는 사람은 예비 작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200여 군데 출판사 메일 주소를 담아서 집으로 왔습니다. 엑셀 파일에 출판사 이름과 메일 주소를 정리했습니다.


이번에 원고를 투고할 때는 스마트하게 이메일 주소를 모았습니다. '알라딘' 사이트에는 책 미리 보기 기능으로 원고 일부와 판권을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서점에 가지 않아도,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이메일 주소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20201114_043445.jpg 내 원고에 맞는 분야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좋은부모'
20201114_044102.jpg 책 좌측 하단 미리보기를 클릭합니다.


20201114_044139.jpg '판권'을 클릭합니다.


20201114_044730.jpg 출판사 홈페이지와 이메일 주소를 확인합니다.
1605297599870.jpg 김영사의 홈페이지, 투고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2. 원고의 콘셉트에 맞는 출판사에 먼저 투고하세요.


출판사마다 주력 분야가 다릅니다. 에세이, 자기계발서, 경제, 문학, 청소년, 아동 등 다양합니다. 특정 분야의 책만 출간하는 출판사도 있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내가 쓴 원고와 맞는 출판사에 먼저 투고하세요. 전문 분야이기에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판사 목록을 모았으면 기준을 세워 투고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주력 분야, 출판사 규모, 책 디자인, 출간 수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내 마음속 출판사 순위를 매기세요.


제 개인적인 투고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해당 분야의 책을 5권 이상 출간한 대형출판사

2. 해당 분야의 책을 5권 이상 출간한 소형출판사


3. 해당 분야의 책을 1권 이상 출간한 대형출판사

4. 해당 분야의 책을 1권 이상 출간한 소형출판사


5. 해당 분야의 책을 출간하지 않은 대형출판사

6. 해당 분야의 책을 출간하지 않은 소형출판사


5, 6번의 경우 원고가 채택되기는 어렵습니다. 출판사에서 최근 1년 동안 어떤 책을 출간했는지 살펴보세요. 어느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3. 대형출판사, 소형출판사 어디가 낫나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대형출판사는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기획, 편집, 제작, 홍보부서가 나뉘어 있습니다. 마케팅 역량도 우수합니다. 책이 출간되면 서점에서 눈에 잘 띄는 평대에 올려질 확률이 높습니다. 대신 원고를 검토하고 책을 출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출판사의 입맛에 맞춰 목차와 내용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소형 출판사는 보통 대표님이 바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투고 메일을 직접 읽고 출간 여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책을 출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대형출판사는 미리 계약한 원고를 검토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소형출판사는 내 원고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책이 나와도 서점에서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케팅 역량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요.


굳이 선택하라면 대형출판사가 낫겠지만, 어디든지 괜찮습니다. 내 원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책으로 만들어준다는데, 어디든 감사할 일입니다.



4. 순차적으로 투고하세요.


한 번에 모든 출판사에 투고하지 말고 마음속 출판사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투고하세요.


이를테면 2주 간격으로 20군데씩 투고하는 겁니다. 투고 후 2주가 흘렀는데도 연락이 없으면 그다음 20군데에 투고하고요. 출판사에서 투고 원고를 검토하는 데는 일주일에서 한 달이 소요됩니다. 2주 안에 특별한 연락이 없다면 다음 출판사 그룹에 투고하세요.


만약 어느 출판사와 기분 좋게 계약을 마쳤는데, 며칠 뒤에 다른 출판사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 아무 곳이나 상관없으니 제발 내 원고를 출간해주는 출판사를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마음속 출판사 순서대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5. 출판사에 성의를 보여주세요.


투고할 때 단체메일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한 출판사에 하나씩 메일을 보내는 성의를 보여주세요. 메일 내용에도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에 대한 소감을 포함하면 좋습니다. 투고 원고를 검토하는 담당자가 '저자가 우리 출판사에 관심을 갖고 있네.'라고 생각하며 한 글자라도 더 살펴볼 겁니다.


만약 단체메일을 보낸다면 '한명씩 발송'을 체크하세요. 출판사도 저자가 한꺼번에 투고하는 것을 알지만 원고를 검토할 출판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세요.

20210301_070229.jpg 다음 메일, '한명씩 발송'에 체크하세요.
1605299957995.jpg 네이버 메일, 받는 사람 옆 '개인별'을 체크하세요.




50 군데쯤 투고했을까요.


들녘 출판사 부대표님의 회신을 받았습니다.


느낌이 좋았습니다. '검토에 2주가 소요되고' '귀한 원고를 투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형식적인 답장이 아니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하고 출간 여부가 결정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원고에 관심을 갖고 읽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다시 메일을 받았습니다.


"참 좋은 내용입니다. 저희가 출간하고 싶은데 어떠신지요?"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원고의 가치를 알아주는 출판사를 만났습니다.


투고는 1승만 거두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100번 퇴짜를 맞아도 한 군데에서만 나를 알아봐 주면 됩니다.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계약이 이루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직접 찾아뵙고 책 내용, 출간 일정,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약속을 잡고 출판사에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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