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슬기로운 게임생활》출간기
"참 좋은 내용입니다. 저희가 출간하고 싶은데 어떠신지요."
들녘 출판사 부대표님이 출간 의사를 비추며 투고 메일에 답장을 보내주었습니다. 하늘을 날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한 척 답장을 보냈습니다.
"부족한 원고를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고의 보완할 점을 조언받고, 책출간 제반사항을 논의하고 싶습니다. 결례가 아니라면 출판사에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몇 시간 뒤에 언제든지 방문해달라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약속 시간을 정했습니다.
출판사는 파주출판단지에 있었습니다.
파주출판단지는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잘됐다 싶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쳤지만 파주에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운전 중에 듣는 음악이 유난히 좋았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기분 좋은 떨림을 만끽했습니다.
파주출판단지에는 수많은 출판사가 옹기종기 모여있었습니다. 유명 출판사 옆에 유명 출판사가 보였습니다. 출판단지라는 책장에 꽂힌 책처럼 건물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거리는 고요했습니다. 마치 도서관에 온 것 같았습니다.
출판사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책을 만드는 일은 어떤 느낌일까'하고 잠시 공상에 빠졌습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했습니다. 웃음이 났습니다.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겠지.'라고 황급히 상상을 매듭짓고 출판사에 갔습니다.
출판사에 들어갔습니다. 사무실 전체가 책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수많은 책이 자신의 향기를 뽐내며 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무실 안쪽 끝에 부대표님이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부대표님은 사무실에서 편집 팀장님 두 분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6명이 앉을 수 있는 직사각형 탁자에 세 분이 한쪽 편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저는 반대편 가운데 자리에 앉았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취업준비생이 되어 기업 면접장에 온 것 같았습니다. 김이 올라오는 커피가 제 자리에만 놓여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다 같이 인사했습니다. 부대표님은 출판사 약력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습니다. 처음 온 장소, 처음 보는 사람, 처음 맡는 공기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윽고 원고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원고가 좋아요. 지금 사회 분위기에도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좋은 책으로 만들어 볼게요. 다른 출판사 연락 많이 받았죠?"
러브콜을 받은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순간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거짓말해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처음 연락받은 거라고 하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짓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처음 연락받았습니다."
좋아하시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표정이 잠시 스쳤습니다. 화제를 바꿔 프로게이머, 직장인, 작가를 아울러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부대표님 옆에 앉아 있는 편집 팀장님 두 분은 원고 내용을 자세하게 물어봤습니다. 두 분 자리 위에는 제가 작성한 출간기획서가 놓여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밑줄을 치고 메모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전문가들과 원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방향성을 토의하는 게 즐거웠습니다. 여러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떤 물음에는 수줍게 설명하기도 하고, 어떤 물음에는 단호하게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화기애애하게 미팅을 마쳤습니다.
전체적인 원고의 방향성은 유지하고 일부 내용을 보충해 책을 출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출간한 신간 네 권도 선물 받았습니다. 새 책은 언제나 좋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파주출판단지의 풍경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깨끗했습니다.
출간 계약은 우편으로 진행했습니다. 계약서 두 부를 받고 사인한 다음 한 부를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사인을 하는 순간 진짜로 책의 저자가 됐습니다.
이제 원고의 교정과 책출간만 남았습니다. 편집 주간님이 원고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메일로 인사를 나누고 1장부터 5장까지 편집을 시작했습니다. 각 장마다 검토가 끝나면 편집본과 요청사항을 전달받았습니다.
전문가에게 글쓰기와 편집의 기술을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