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슬기로운 게임생활》출간기
원고의 가치를 인정한 출판사를 만나 출간 계약을 마쳤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서둘러 출간하길 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시기,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얼른 청소년들이 게임과 공부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책 편집이 시작됐습니다. 편집에는 3주가 걸렸습니다. 즐거운 나날이었습니다. 편집 과정에 책쓰기가 무엇인지 다시금 배웠습니다. 편집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편집 주간님(편의상 편집자라고 하겠습니다.)이 편집을 시작하기 전에 원고를 한번 보고는 책의 독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독자가 부모인가요? 학생인가요?"
"게임을 좋아하는 10대 청소년입니다."
부모가 책을 구입해주는 경우가 많겠지만 10대가 읽을 걸 생각하며 원고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편집자는 문체를 강연체로 바꾸자고 말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습니다.
"강연체가 무엇인가요?" 제가 물었습니다.
"강연하듯 서술하는 '습니다' 체입니다."
10대를 존중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반말을 존댓말로 바꾸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참고도서 대부분이 존댓말로 쓰여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원고의 내용만 생각했지 문체까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의 의견에 따라 문체를 수정했습니다. 장르, 분야,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자가 성인이라면 반말로, 독자가 성인이 아니라면 존댓말로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10대를 위한 책인 만큼 재미있게 풀어나가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제 원고는 유머, 위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재미있게 쓰고 싶었지만 재능이 모자랐습니다. 말을 재미있게 못 하는 사람이라 글도 재미있게 쓸 수 없었습니다.
편집자는 1장의 꼭지들을 각색했습니다. 지루한 문장은 과감하게 덜어냈습니다. 문장에 웃음 포인트를 주고 형용사와 부사를 적절히 추가했습니다. 편집자가 수정해준 글을 보고 저도 원고 전체를 비슷한 느낌으로 다듬었습니다. 돌처럼 딱딱한 글이 점토처럼 말랑말랑해졌습니다.
편집자는 원고를 객관적,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글의 허점은 무엇인지, 보충해야 할 곳은 어디인지 제삼자의 눈으로 짚어줍니다. 행운이었습니다. 제 원고를 담당한 편집자는 그야말로 베테랑이었습니다.
남이 쓴 글을 칭찬하기는 쉽지만 비판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글을 쓴 사람에게 '당신 글이 잘못됐어요!'라고 충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으면 전부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편집자의 지적을 받고 글을 돌아보고, 글쓰기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편집자의 문제제기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습니다. 그게 저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편집자가 원고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잘못된 채로 책이 출간됩니다. 지적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내용이 충실해집니다.
덕분에 글쓰기 근육이 튼튼해지고, 독자가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었으니 이만한 수확이 없습니다. 돈 받고 글쓰기 과외를 받았습니다.
물론 편집자의 의견을 수용할지 말지는 저자가 판단합니다. 모든 견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옳다고 생각한 것은 제 주장을 관철했습니다. 편집자는 제 의견을 100퍼센트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저를 존중하고 글이 좋다 나쁘다를 객관적으로 말해준 것에 감사했습니다.
꼭지 제목을 대폭 수정했습니다. 제목이 진부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투적인 꼭지 제목을 신선하게 바꿨습니다.
이를테면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학업에 복귀한 내용의 꼭지 제목은 "내가 마우스 대신 책을 챙기게 된 사연"으로, 게임의 올바른 활용을 강조하는 꼭지는 "게임에 무죄를 선고합니다."로 바꿨습니다.
카피라이터가 이런 기분일까요. 아무리 고민해도 괜찮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집 앞 공원을 걷거나 침대에 이불 덮고 누워 생각했습니다.
책의 한 꼭지 당 글자 수는 2,500자에서 3,000자가량입니다. 꼭지 안에서 내용이 바뀌는 곳마다 소제목을 달았습니다. 처음에는 편집자가 소제목을 붙이다가 나중에는 함께 고민해서 썼습니다.
소제목을 붙이는 것은 1000자가 넘는 글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직접 해서 좋았습니다. 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편집자와 함께 원고를 다듬은 3주 동안 책쓰기를 배웠습니다. 독자에 따라 어떻게 글을 수정해야 하는지 익혔습니다. 불필요한 내용은 아무리 아까워도 덜어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자의 이름은 책 표지에 크게 적힙니다. 하지만 편집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판권 페이지에 조그맣게 이름을 실을 뿐입니다. 독자는 저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만 편집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을 만드는 데 편집자의 역할은 누구보다 큽니다.
원고 편집을 끝냈습니다. 마지막 PDF 파일을 넘겨받고 교정본을 확인했습니다. 감개무량했습니다. 저수지 공원에서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 어느덧 최종 원고 완성까지 이어졌습니다.
차근차근 출간을 위한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표지 디자인 작업과 저자소개글 작성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