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힘
'방금 뭐 검색하려고 했더라?'
'아, 답답해. 요즘 날마다 이러네.'
포털사이트 시작화면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어요. 분명히 뭔가를 찾으려고 생각했는데 5초도 안 돼서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최근에 자주 이러는 것 같아요.
왜일까요?
이런저런 잡생각에 휩싸인 채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기 때문이에요. 눈은 스마트폰을 보는데, 머리는 다른 생각을 하니 어떤 것을 떠올렸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거예요.
생각이란 녀석은 휘발성이 강해요. 반짝하고 나타났을 때 확 붙잡지 않으면 증발해버려요. 한번 흩어진 생각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좋은 생각이 났을 때는 바로 메모해야 해요. 메모하지 않는 건 생각을 부여잡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요.
메모를 하는 건 고무망치로 두더지를 때리는 놀이와 비슷해요. 두더지가 고개를 빼쭉 내밀 때 망치를 휘둘러야 정수리를 때릴 수 있어요. 조금만 방심하면 '나 잡아봐라~ 헷' 하고 머리를 숙이죠.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생각도 때리듯이 메모하지 않으면 금방 모습을 감춰요. 타이밍에 맞춰 두더지를 때려야 하듯, 좋은 생각이 들 때는 곧바로 메모하세요.
메모는 꾸준히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메모는 곧 글감이에요.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메모장에 모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빼서 쓰면 좋아요.
글을 쓸 때 주제를 정해놓지 않으면 백지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해요.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일이 돼요. 어떤 글을 쓸지 머릿속에 그려놓고 글을 쓰는 것과 아닌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메모 목록은 글의 주제를 정하는 데 드는 시간을 아껴줘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메모해보세요. 관찰이 계약서라면 메모는 도장이라고 할까요. 직인이 없는 계약서에 아무런 효력이 없듯이 도장을 찍지 않은 생각은 효용이 없어요.
메모는 어렵지 않아요. 아주 간단합니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활용하세요. "누구나 가슴속에 상처 하나쯤은 갖고 있다."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누구나 주머니 속에 고성능 메모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 노트와 펜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괜찮아요.
좋은 생각, 색다른 경험, 내일 할 일, 거리의 풍경, 하루의 감상, 읽고 싶은 책 등 뭐든지 좋아요. '반짝' 하고 머릿속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세요.
메모는 구체적일수록 좋아요. 나중에 메모를 봤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야죠. 예를 들어 사고 싶은 책을 메모한다면 "책 사자"라고 메모하지 마시고 책 제목을 덧붙여 "어린 왕자 책 사자"라고 기록하세요. 5초만 더 투자하면 다음에 메모장을 열었을 때 당황할 리는 없을 거예요.
저도 방금 좋은 생각이 나서 글쓰기를 잠시 멈추고 메모를 했어요. 메모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바로 하는 게 좋아요. 본인의 기억력을 신뢰하지 말고 의심하세요. 저처럼 포털사이트 시작화면과 눈싸움하면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에요.
글을 매듭지으며 메모에 관한 명언을 소개해 드려요. 나만의 메모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메모와 함께 생각하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하루를 보내보세요. 메모하기 전보다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퍼스트 클래스에서 근무할 때는 펜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은 항상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모두 자신의 필기구를 지니고 다녔다." - 미즈키 아키코
"느닷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가장 귀중한 것이며,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펜을 들고 뭔가를 메모하기 시작할 때부터 생각이 시작된다." - 공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