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빼기 중복

글쓰기의 반복과 중복

by 조형근

OST를 들으면 드라마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음악을 듣고 작품 속 영상을 떠올리는 것은 같은 노래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반주만 들어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생각난다. 반복은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글쓰기의 반복과 중복을 생각해 본다. 반복과 중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을 찾아봤다.


반복 : 같은 일을 되풀이함.

중복 : 거듭하거나 겹침.


두 단어의 정의는 비슷하지만 중복이 반복보다는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반복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모두 담지만 중복은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인다. "영어 단어를 반복해서 외우세요."라고 하지 중복해서 외우라고는 하지 않는다.


글쓰기에서 반복은 저자가 의도한 것, 중복은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일부러 같은 단어와 문장을 여러 번 사용했다면 반복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중복이다. 반복과 중복의 차이를 이해한 뒤 반복은 취하고 중복을 피하면 글이 좋아진다.


반복은 주장을 강조한다.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한 남자가 있어.

사랑해 말도 못 하는


김종국 <한 남자>

노래 한 남자의 가사다. 작사가 김이나는 《김이나의 작사법》에서 노래의 맛을 살리는 가사라고 극찬했다. 조은희 작사가는 네 문장에서 두 문장을 똑같이 썼다. 그러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타는 남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반복의 훌륭한 예시다.


반복이 반복되는 시도 있다.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소월, <금잔디>


봄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생동감이 전해진다.


짧은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복을 활용해야 한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로 유명한 문장 “I have a dream”이 길이길이 회자되는 것도 반복의 힘이다.


중복은 글의 흐름을 끊는다.

일상생활에서 중복을 가장 자주 접하는 순간은 말을 할 때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생각을 한다.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는 찰나의 순간,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을 되풀이한다. 저기, 그게, 어. 그러니까, 정말, 아무튼, 조금.


중요한 면접을 보거나 발표를 할 때는 더 심해진다. 긴장한 나머지 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발언해야 하는 공식적인 자리를 앞두고는 연습을 많이 하거나 대본을 준비하는 게 좋다.


글은 말의 정돈된 형태다. 말이든 글이든 내 생각이 언어가 되어 입과 손으로 옮겨진다. 글을 쓸 때도 내 말투가 그대로 종이에 투영된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면 입버릇이 문장에 묻어난다. 불필요한 주어, 동사, 접속사가 중복된다.


말을 그대로 글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오늘 너무 추울 것 같아 옷을 두껍게 입었는데 그래도 너무 추운 거야."

"함박눈이 내려서 좋네요. 내일 출근길 걱정은 내일 해야겠어요."


한 문장에서 같은 말이 겹치면 중복이다. 위의 문장을 조금 손보면


"오늘 옷을 두껍게 입었는데도 너무 추운 거야."

"함박눈이 내려서 좋네요. 내일 출근길 걱정은 아침에 해야겠어요."


으로 고칠 수 있다. 중복되는 단어만 빼도 글이 단정해진다. 한 문장에서 글 전체로 시야를 넓혀서 자주 사용하는 말은 같은 뜻의 다른 말로 바꾸는 것도 좋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반복하고 불필요한 중복은 없는지 훑어보자. 반복은 익숙한 음악처럼 내 글을 오래 기억에 남길 것이고, 중복의 제거는 내 글을 다시 읽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