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리스너는 눈과 입으로 듣는다
눈과 입으로 듣기
<프렌즈>를 시청하고 있어요. 하트시그널 시즌 1부터 3까지 출연한 남녀가 무작위로 상대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에요. 하트시그널을 즐겨 보진 않았지만 몇몇 출연자들의 이름과 얼굴은 알고 있었어요.
영상이 예쁘고, 포근한 느낌의 편집도 좋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남녀의 만남이 주는 설렘이 좋아요. 결혼도 했겠다, 이 나이 먹고 주책이지만 텔레비전을 보며 생글거렸어요. 소파 끝에 비스듬히 누워있던 아내가 발로 제 엉덩이를 툭툭 차며 핀잔을 주네요.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 웃고 있노"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봤나 봐요.
지난주 방송의 막바지쯤.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에게 말했어요.
"근데, ○○씨는 남의 얘기를 엄청 잘 들어줘요. 되게 굿 리스너야."
남성 출연자가 하루 동안 듣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어요. 남자는 시종일관 맑은 눈으로 여자를 바라봤어요. 입가에는 잔잔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어요.
"굿 리스너"
"잘 듣는 사람"
"당신은 잘 들어주는 사람이에요."라는 칭찬을 받은 적이 있나요?
'하기 쉽지 않은 칭찬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의 듣는 모습을 포착한 뒤 이를 놓치지 않고 칭찬하는 여성 출연자의 배려가 보기 좋았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남성 출연자의 듣는 자세였어요.
불현듯 아내와 소개팅한 순간이 떠올랐어요. 저는 아내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듣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웠죠. 고개를 끄덕이고, 추임새를 넣었어요. 그리고 밝게 웃었어요. 그때 저는 텔레비전 속 남성 출연자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듣기의 정점에 웃음이 있어요. 웃기 위해서는 들어야 해요.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웃을 수 있어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관객들의 모습을 비춰요. 그들은 기대 가득한 눈으로 무대를 봐요. 그리고 웃음 포인트가 나오는 순간 다 함께 깔깔 웃어요. 상대가 내 말을 듣고 웃는다, 그건 내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듣고 웃기 위해서는 열심히 들어야 해요. 듣지 않고 웃을 수는 없어요. 친구들과 모임 자리에서 딴생각을 하다가 웃음보가 터진 친구들에게 왜 웃냐고 물어본 적이 있지 않나요? 웃는 순간만큼은 한눈을 팔 수 없어요. 잡생각 없이 온전히 듣기에 몰입한 순간이에요.
잘 들으면 기억에도 오래 남아요. 웃음은 상대방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죠. 아름다운 웃음, 진짜 웃음은 듣기에 집중했을 때 반짝하고 스쳐 지나가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뿐만 아니라 책을 읽을 때도 웃어보세요.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마주하면 입꼬리를 1센티미터 올려보세요. 그 순간, 나는 책 속으로 깊숙이 빠지게 될 거예요.
저도 남의 말을 들을 때 맑은 눈과 밝은 웃음을 곁들이고 싶어요. 늘 다짐하지만 금방 잊어버려요. 제게 경청은 꾸준히 되새김질해야 하는 행동이에요. 하루만 지나도 어제의 결심은 온데간데없어요. 쓰기보다 어려운 게 듣기예요.
오늘 하루는 굿 리스너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상대의 눈을 지그시 보고
상대의 말을 듣고 웃어보세요.
똑같은 시간에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과 깊이가 달라질 거예요. 상대가 내게 좋은 점수를 주는 건 덤이에요.
<프렌즈>의 남성 출연자처럼
아내와 소개팅할 때의 지난 나처럼
해맑은 눈으로 듣고 정겹게 웃어야겠어요. 오늘 밤 아내를 상대로 임상시험을 해볼게요. 텔레비전을 볼 때와 같은 눈빛과 웃음으로요. 이번에는 발길질이 아니라 뽀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