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을 쓰는 세 가지 방법
≪바른말 바른글≫을 읽고
글쓰기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습니다. 글쓰기 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한 권씩 내용을 훑고 빌려 갈 책을 골랐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책 하나 《바른말 바른글》, 이오덕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저자 소개에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의 바른길을 열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꾸고 살리는 길을 개척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성함은 낯익었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봤어요. 유시민 작가는 일본식, 서양식 글을 멀리하고 나쁜 글이 뭔지 알기 위해서는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형식을 맞춘 글을 쓰려면 오히려 글쓰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마음 편히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단어, 조사, 문장 하나하나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때가 된 걸까요. 도서관 책장 앞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읽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로 했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제 글쓰기의 현재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빌렸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1. 같은 어감이라면 한자말보다 우리말을 쓴다.
무심코 쓰는 한자말은 손쉽게 우리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꾸면서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우리말을 써야겠습니다.
시기 → 때
일기예보 → 오늘의 날씨
인간적인 → 사람다운
극복하며 → 이겨내며
매일 → 날마다
휴식을 취하다 → 쉬다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꾼 사례를 듬뿍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글을 쓸 때 한자말을 꽤 많이 섞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꾸면 글이 쉬워지고 글맛도 더 삽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한자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한자말이라도 우리 것으로 되어 버린 것은 그대로 써야 한다. 우리말로 되었나 안 되었나 하는 판단은 이렇게 한다. 그 말을 귀로 들었을 때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글자로 썼을 때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있으면 우리말이고, 그렇지 못하면 우리말이 아니다.”
2. 일본식 글을 피한다.
저는 한때 일본어에 빠졌습니다. 일본 뉴스, 드라마, 예능, 만화를 보고 어학 자격증을 땄어요. 일본 회사에 취직하는 걸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말투가 입에 배었습니다. 평소에 사용하는 말 중에 일본말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했습니다.
* 일본말 직역투
~에 있어서, ~에 의하여, ~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동사의 피동형을 함부로 쓰는 경우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이 → 기적이라고 말하는 이 사건이
악법은 철폐되어야 한다 → 악법은 철폐해야 한다
차이가 있다고 보여진다 → 차이가 있다고 보인다
* 일본말 조사를 따라 쓰는 것
~의, ~에의, ~에로, ~에서의, ~에게의, ~에게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
되도록 모두 피해야 할 말들입니다.
3. ~적(的) 쓰지 않기
글을 쓸 때 ~적이라고 쓰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어떤 명사든 뒤에 ‘적’만 붙이면 형용사, 부사로 쉽게 바꿀 수 있어서 편했거든요. 그러나 '~적'은 일본말이라 가능한 줄여야 합니다.
본격적인 → 한창
세계적인 → 온 세계에 알려진
감동적이고 → 감동할 만하고, 감동스럽고
교육적인 → 교육이 될 만한
사실적으로 → 있는 그대로
충격적인 → 충격을 주는
그냥 글 쓰는 것도 머리 아픈 일인데, 하나하나 따져가며 글을 쓰려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스치긴 했습니다. 하지만 내 글이 어설프다는 걸 알고 쓰는 것과 모르면서 쓰는 것은 다릅니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퇴고하면서 문장을 조금씩 고치는 게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완벽한 글은 없지만 완벽한 글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꺼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글을 쓰고 글을 가다듬고 싶습니다. 다행입니다.
“너무 시시콜콜히 따졌다고 하겠는데, 더러는 이렇게 해야 말과 글을 살리는 공부가 될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는 못난 글을 쓰지 않도록 면역력을 길러주는 백신이다. 그대로 다 지키려고 하면 손발이 묶인 것 같아서 글을 쓰기 어렵다고도 한다. 옳지는 않지만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대로 다 따르기는 어렵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늘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저마다 할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내가 겪은 바로는, 많이 받아들일수록 못난 글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니까요. 위에서 예시로 든 잘못된 문장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책에는 오염된 글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한 번에 모두 소화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책을 여러 번 읽고 되새길수록 나쁜 글을 찾아내는 눈도 밝아질 겁니다. 나아가 바른 글을 쓰는 습관도 기를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막 시작한 분보다는 글쓰기에 익숙하지만 평소에 내가 쓰는 글이 좋은 글인지 나쁜 글인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우리말·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쉬운 우리말로도 얼마든지 깊은 생각, 복잡한 생각을 나타낼 수 있고, 오히려 더 잘 나타낼 수 있다. 그렇게 믿는 사람만이 더욱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