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기의 말들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
지난해 12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독서량이 늘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 글을 쓰니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앞날을 그립니다.
얼마 전에 한 권의 책을 읽고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글쓰기를 바탕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뭘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쓰기의 말들》입니다.
책을 읽고 왜 제 미래를 생각했을까요. 저자의 글이 좋아서일까요? 글은 물론 훌륭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사는 저자의 삶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저도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는 삶을 동경합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는 없습니다. 글쓰기만으로는 충분히 돈을 벌 수 없으니까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행히 직장을 다니면서도 글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다시금 제가 글쓰기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돌아봤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쓰기의 말들》이 제게 준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1. 담백한 글
저자의 글은 어머니가 차려주신 집밥 같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맛있는 글입니다. 속이 거북하거나 아쉬움 없이 깔끔합니다.
남의 글에서는 잘 보이고 내 글에서는 안 보이는 게 슬프지만, 암튼 불순물과 첨가물은 몸에도 나쁘고 글에도 해롭다. 화려한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요소가 얼마나 적은가가 글의 성패를 가른다.
저자의 오랜 글쓰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 편안하게 쓴 글이 담백합니다. 어깨에 힘을 빼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꾸미지 않고 담담히 써도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자처럼 불순물 없이 투명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2. 글 쓰는 사람
저자는 말합니다.
나를 무엇으로 말할까. 글을 쓰면서 난 '작가님'이 됐다. 작가는 더 찬 사람이었으므로 난 아니었다. 외부에서 나를 '글쓰기 강사'라고 소개하면 그게 또 어색했다. 강사는 센 사람이었으므로 난 아니었다. 나는 고심 끝에 '글 쓰는 사람'으로 정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목표를 세웠습니다. 손끝을 움직일 수 있는 그날까지 글을 쓰기로요.
작가, 강연가, 동기부여가, 코치 같은 명사형 꿈보다 글 쓰는 사람이라는 동사형 꿈이 더 좋습니다. 글 쓰고, 글 읽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가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백지 앞에서 아득하다. 참으로 얄궂다. 쓰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쓰기 전엔 불가능해 보인다.
날마다 글을 쓰는 저자도 여전히 글 쓰는 게 아득합니다. 누구나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글을 쓰기 직전까지가 고비입니다. 한 글자만 적으면 그다음부터는 글이 글을 씁니다.
3. 명료한 글
"추상적인 글을 줄여야 합니다." 글쓰기 책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장입니다. 나는 '아'라고 썼는데 독자가 '어'라고 받아들이면 잘못된 글입니다.
'많이'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사실과 근거가 탄탄하면 부사는 빼도 된다.
그간 학인들에게 끈질기게 당부하던 말, "힘 빼고 쓰세요. 추상적인 말이 많을수록 메시지 전달에 실패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정확한 근거를 대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 반면에 추상적인 단어로 장식하는 건 어려워 보이지만 쉽다.
많이, 정말, 아주, 진짜와 같은 부사가 적고 누구나 똑같이 받아들이는 글이 좋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동차 모델명까지 쓴다고 합니다.
빠른 속력보다는 100킬로미터의 속력이 낫고, 금방 도착했다 보다는 5분 만에 도착했다가 낫습니다. 다양하게 해석되는 글은 누구나 똑같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듬어야겠습니다.
4. 마지막 페이지의 여백
책은 왼쪽 페이지에는 명언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저자의 글로 구성됩니다. 두 페이지 읽을 시간에 한 페이지만 읽으면 되니(!) 좋습니다. 하지만 왼쪽 페이지에는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 많습니다. 글자 수는 적지만 책장은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명언은 역시 명언입니다.
행동하는 자만이 배우기 마련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간절하게 원하면 지금 움직이세요. - 노희경
한 가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어떤 것이라도 이해한다. 만물에는 똑같은 법칙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오귀스트 로댕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다 읽었다는 뿌듯함도 잠시, 큰따옴표 사이에 놓인 여백을 마주합니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습니다.
다음 명언을 남길 사람은 바로 나라는 뜻일 겁니다. 널리 회자되는 글을 남기려면 일단 써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요.
《쓰기의 말들》은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글 쓰는 사람의 행복이 전해지고 저자를 따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 꿈틀거리나요?
《쓰기의 말들》을 권합니다.
글을 안 쓰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