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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Apr 17. 2022

코로나19의 터널을 빠져나오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2022년 4월 18일, 그러니까 바로 내일부터 코로나19가 1급 감염병에서 2급 감염병으로 하향된다. 뿐만 아니라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도 전면 해제된다.


2019년 12월에 중국에서 첫 사례가 보고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마스크 일상 착용에서 시작해서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해당 기업, 상점, 음식점, 공공기관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사람들은 만남을 기피했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통에 가까운 사람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썰렁한 결혼식장과 을씨년스러운 장례식장은 기쁨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다. 코로나19의 마수를 피한 고령의 환자들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백신의 후유증으로 심하게 앓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에 끼친 영향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이제 길고 어둡던 코로나19의 터널을 빠져 나오기 직전에 있다. 70년도 전에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지금 우리의 심정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11

비록 그렇게 갑작스러운 병세의 후퇴가 예기치 않았던 일이기는 했지만, 우리 시민들은 선뜻 기뻐하지 않았다. 여태껏 겪어 온 몇 달 동안이, 해방에 대한 그들의 욕망을 증가시켜 준만큼 그들에게 조심성이라는 것도 가르쳐 주었으며, 이 전염병이 불원간 끝난다는 기대는 점점 덜 품도록 길을 들여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다라서 내색은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커다란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나머지 모든 일은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새로운 페스트 환자들이 생겼다 해도 통계 숫자가 내려가고 있다는 엄청난 사실에 비긴다면 별로 의미가 없었다. 공공연하게 떠들어 대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건강한 시절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는 징조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시민들이 그때부터는 비록 무관심한 듯한 표정으로나마, 페스트가 퇴치되고 난 후에 세워야 할 생활계획에 대해서 즐겨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었다.

과거 생활의 온갖 편의가 대번에 회복될 수는 없으며, 파괴하기가 건설하기보다 훨씬 쉽다는 생각에 모든 사람들은 거의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러한 미온적인 고찰 밑바닥에는 동시에 무절제한 희망이 걷잡을 수 없이 꿈틀대고 있었는데, 그 정도가 심한 나머지 시민들도 그 사실을 자각할 때가 있어, 그럴 때면 그들은 부랴부랴 무절제한 희망을 지워 버리고 아무래도 희망은 오늘내일에 올 것은 아니라고 자신을 타이르는 것이었다.

(pp. 349~350)   


수개월간 이어진 페스트나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병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사람들은 그동안 당연한 듯이 누려왔던 것들의 소중함을 절감했기에 일상으로의 회복을 간절하게 희망하게 되었다.     


시의 문들은, 2월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시민들과 신문과 라디오와 도청의 발표문이 환호하는 가운데 마침내 열렸다. 그러므로 서술자에게 남은 일은, 비록 자신은 거기에 완전히 섞여서 기뻐할 자유가 없었던 사람들 중 하나이긴 했지만, 시의 문이 개방되던 기쁜 순간의 기록자가 되는 일이다.

(p. 381)  


내일 아침의 시작이 다른 날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마음속으로 그 의미를 절절하게 느낄 것이다. 내일 당장 코로나19가 끝이 나는 건 아니지만 방역 당국의 발표는 또 하나의 전염병을 극복한 상징적인 선언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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