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삽과 함께 묻어주세요
그 누구든 여기 저를 보러 오시거든
제 묘지 위에 꽃 대신 흙을 뿌려주세요
망각의 평지 위에 의아함으로
누구든 갸우뚱 고개를 내저을만한 바로
그런 평평한 무덤을 만들어주세요
감히 주제에 부탁드립니다만
절 바람과 함께 덮어주세요
쓰레기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먼지가 나뒹구는 풍경에 놓여진
허물어진 책상의 존재처럼 그런 안락함으로
그대는 이곳저곳에서 담배를 피워주세요
그리고 담뱃재를 털어버리듯 떠나 주세요
그 길에 한숨과 함께 손에 애매한 꽁초를
휘 던져버리시고 온통 홀가분하게
그대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