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실선 위에 비둘기가
가만히 있다
초록불로 무한히
밀고 나가려 하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잠깐
오토바이 위에서
빨갛게
왕복 8차선 도로
규정은 충분히 낮게 깔린 채
차들은 미끄러진다
차라리 엎어지고 있다고
그림자처럼 짙게
차체에 달린 날개는
융단에 엎지른 잉크처럼
옆을 바라보지 않는다 스며드려 한다
오직 뒤만을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리어카도
그 위로 던져지는 종이박스들도 저리 훠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너도 이 도로에서는
다만 납작한 경적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위로 뛰어드는 대신 바닥이 되려 하기에 너는
날아가는 차들의 날개가 되려 하기에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