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가사를 쓰지?
이거 완전 내 노래 아니야? 하는 음악은 누구에게나 있다.
여기서 '완전 내 노래' 라는 건 가사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너무나도 일치하여 길을 걸을 때에도, 버스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서도 도도한 표정을 유지하지만 내면에서는 뮤지컬 한 편을 뽑아내게 만드는 순간이다.
그게 아니면, 지금 나의 순간에 단 한 줄의 가사가 나에게 버틸 수 있는 힘 또는 용기를 주어 고난을 이겨내도록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런 경우 훗날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내 자신이 대견할 수가 없다. 과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두 상황의 공통점은 바로 가사이다. 사금 채취처럼 흘러가는 음악 속에 묵직하게 나의 뇌 속에 걸러진 건 바로 그 때의 가사이다. 특히 힘을 가진 가사가 노래의 브릿지를 맡았다면 그 시너지는 배가 된다. 싸비보다 브릿지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브릿지에서 그 가사가 나올 때 눈썹을 더 위로 치켜뜬다. 내가 노래를 듣다가 눈썹을 치켜 뜨는 순간을 보게 된다면, 딱 그 부분을 듣고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30대가 되고 난 이후부터는 20대 때만큼 마음을 울리는 가사가 대폭 줄었다. 당시의 나는 마음속에 회전하는 다면체 도형을 품고 살았다. 바깥의 자극이 들어올 때마다 물렁한 내 마음속에서 이 다면체의 도형은 마구 회전하기 시작했고 내 속을 이리저리 찌르고 할퀴었다. 세포 활동이 활발한 어린 시절, 너덜거려 살점이 떨어질듯한 내 마음은 금세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또 도형은 돌고 돌고.
이때 노래를 들으면 마음에 보호막이 한 겹 쌓이는 기분이 들었다. 내면이 좀 더 단단해지고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었다. 30대가 되어버린 지금은 내 마음이 다 깎이고 깎여 더 이상 어떤 노래를 들어도 내면을 강타하는 가사가 없는 거라 생각했는데, 과거 노래 가사의 보호막이 쌓이고 쌓여 단단해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글을 쓰면서 떠올랐다. 더 이상 감흥이 없어져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단단해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운동을 하다가 랜덤 추천 곡으로 과거에 듣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때의 그 상황, 기분 등이 떠오르면서 추억에 잠기다보니 헥헥대며 뛰었어야 할 러닝머신 목표 시간을 가뿐히 채웠다. 이렇게 떠내려온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혹시나 나와 같은 가사의 구간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람은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미리 쓴 목차를 보면, 알 사람은 알겠지만 힙합을 주로 들었다. 지금은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멋져" 라는 노래 가사처럼 힙합이 멋져지지 않아서(욕설이 많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잘 듣진 않지만, 이 장르를 참 많이 들었었다.
한번 뿐인 젊음, 마음껏 누려야 하지 않겠냐는 주변 어른들이 재촉에 그 방법을 몰라 방황하던 20대. 나는 왜 구렁텅이에 빠져 지내야 하는가에 대한 자괴감이 점철된 그 때. 지금 생각해보면 멋지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30대가 되어 바라보니 그렇게 살아온 시간들이, 지금보니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준 노래 가사에 대해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