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 가면 누구나 하고, 보고, 먹는다는 그것.
아이슬란드에서의 둘째날, 나는 블루라군에 갔다.
블루라군은 노천 온천이다.
아이슬란드 여행 정보를 검색해 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새파란 물과 하늘.
따뜻한 물속에 앉아 코끝 시린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바로 그 노천 온천.
이 추운 겨울 나라로 여행 오면서 수영복을 챙긴 단 하나의 이유였다.
그리고 이날을 위해 미리 홈페이지에서 입장권과 왕복 버스 티켓까지 구입해 놓았다.
(아이슬란드는 가는 길이 녹록치 않아서 그렇지, 현지에서는 굉장히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온천욕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수줍게 수영복 위로 가운을 걸치고 블루라군에 들어서자 파랗기도 하고 하얗기도 한, 드넓은 온천이 눈 앞에 펼쳐졌다.
처음 물에 발을 넣었을 때는 물이 몹시 뜨겁다고 느꼈지만 이내 몸이 추워졌다.
사람이 많아 물 온도가 내려갔기 때문인 것도 같고 바깥 날씨가 차가워서인 것도 같았다.
블루라군은 내 인생 첫 노천온천이었는데,
코가 쨍하게 차가운 날씨에 따끈한 물 속에 몸을 담그는 경험은 몹시 새로웠다.
그리고 좋았다.
어쩐지 신선놀음 같기도 한 것이 '아, 열심히 살았더니 이런 경험을 하는 날도 오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공짜로 주는 음료수도 한잔 마시고 머드팩도 해 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말 그대로 한량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온천탕 말고도 볼 거리가 좀 더 있는 것 같아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블루라군 구경을 마치고 노곤해진 몸으로 숙소에 돌아와 짐 정리도 하며 잠시 쉬기로 했다.
나는 다른 도시로 이동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레이캬비크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렀다.
에어비앤비에서 방 한칸을 예약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가정집의 아주 자그마한 다락방이었다.
시내와 가까웠고, 골목도 안전했으며, 주인 아줌마도 몹시 좋은 분이었다.
물론 레이캬비크 자체가 아주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원체 아이슬란드의 치안 수준이 세계 1위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추위를 가르며 하루 종일 여행하다가 그 작은 방에 오면 내 집마냥 아늑하고 편안했다.
저녁 답에는 아이슬란드 여행자 카페에서 알게 된 한국인 두명과 만나기로 했다.
그 유명한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앞에서.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는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다.
이 도시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고개를 번쩍 들고 두리번거리면 뾰족한 교회 꼭대기를 볼 수가 있다.
교회 앞에서 일행을 만나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핫도그 가게였다.
아이슬란드 여행자 카페에서 블루라군 만큼이나 많이 언급된 곳인데,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다녀간 곳이라고 했다.
나는 엄청나게 육덕진 핫도그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기다란 빵의 배를 가르고 거기에 소세지를 넣은, 말 그대로 그냥 핫도그였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시내를 걸으며 한 입 두 입 먹다 보니 단순한 맛에서 중독성이 느껴졌다.
핫도그를 들고 트요르닌 호수를 한바퀴 빙 돌았는데 날씨가 너무 흐리고 추워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곳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이후로도 틈이 생기면 혼자 이 호수 근처로 가서 새 구경도 하고 찬바람을 맞으며 걷곤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낯선 곳을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유로운만큼 꽤나 외로운 일인데 가벼운 내용이나마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걷다가 서로의 행운을 빌며 숙소로 뿔뿔이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