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의 시작

얼음의 나라에서 만나.

by together

내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가.

여행이란 게 적당히 월급을 모아 휴가기간에 어디 다녀오는 것 정도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간절함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아이슬란드는 조금 달랐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한번은 가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뭔가 대단한 각오와 결심이 필요한 곳 같았다.

유럽의 일부분인 이 곳이, 어쩐지 꿈의 나라처럼 느껴졌다.

꼭 가고 싶지만, 어쩌면 평생 못 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침내 아이슬란드 행 비행기에 올라탔을 땐 뭔가 굉장한 일 하나를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말이다.


어디에서도 얼음과 화산이 보일 거라 기대했고, 비요크처럼 독특한 사람들만 사는 나라를 상상했다.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다니면, 어쩐지 나 스스로도 더 있어보일 것 같았다.


9월 초 어느 날,

런던에서 세 시간 남짓 날아 레이캬비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겨울옷이 터질 듯 담긴 작은 캐리어를 밀며 가장 먼저 면세점에 들러 자그마한 와인 한병, 와인과 함께 먹을 초콜렛을 하나 샀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론리플래닛 아이슬란드'를 한권 샀다.

레이캬비크의 날씨는 이미 겨울 같았다.

추웠지만 하늘은 몹시도 파랬다.

낯선 곳에 온 첫날이니,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가볍게 도시만 둘러보기로 했다.

스타벅스도, 맥도날드도 없는 시내.

DSC02039.JPG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걷다 보니 눈 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낯선 풍경을 볼 때마다 굉장히 호들갑을 떨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혼자 여행 중이었다.

태연한 척을 꽤 했던 것 같다.

DSC02040.JPG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 레고처럼 정갈하게 정박한 배.

한참 걷자 조금씩 배가 고파왔다.

몸도 녹이고 싶어졌다.

방향을 바꾸어 대로를 따라 걷다가 아무 까페나 들어갔다.

여행자답게 즉흥적으로 움직여 보리라.

DSC02045.JPG 달짝지근한 크레페 한 조각과 커피 한잔은 요기를 하기에도, 몸을 녹이기에도 딱 적당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졌다.

이제 숙소에 가서 짐을 정리해야지.

나오는 길에 무시무시한 크롤 커플을 발견했다.

DSC02043.JPG 레이캬비크에 머무르는 내내, 이 크롤 커플은 나에게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인생 사는 동안 꼭 한번 와 보고 싶던 곳,

혼자서 올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곳.

아이슬란드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