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어제 아주 늦은 시간에 TV를 좀 봤다.
신서유기를 보며 낄낄거리다 스스륵 잠에 들 요량이었는데, 이미 끝났을 줄이야.
아무튼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니 유느님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한 듯 했다.
아주 똘망하고 귀엽게 생긴 여학생이 주인공인 모양이었는데 유재석 씨를 소파에 앉혀 놓고 강연을 하고 있었다.
부에 관한, 행복에 관한 풋풋하고 열정 충만한 이야기를 듣다가 아마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경로를 택한 그 학생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회사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으레 꺼내는 내 단골스토리는 역시, '퇴사'다.
브런치에도 몇번 썼듯이, 나 역시 오롯한 나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며 멀쩡히 잘(사실 잘 다녔다고 말할 수만은 없지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경험이 있다.
뭐 대단히 성취감 있는 어떤 일을 이루어내겠다는 다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다른 많은 이들처럼 세계여행을 꿈꿨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모니터 앞에서 어깨 접고 한숨 쉬는 생활, 끝모를 이 생활을 한번 정도는 멈추고 싶었으며,
'실망시키지 않고 살아온 삶'과 '자기 앞가림 잘 하는 아이'로부터 벗어나 '나 자신의 삶'을 '재미있게 사는 아이'가 되어 보고 싶었다.
대부분 즐거웠던 퇴사 후 생활 속에서도 이 거대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긴 했다.
'내가 앞으로 어쩌려고 이랬나'싶은 생각이 들라치면 꾸역꾸역 눌러 버리는 식이었다.
그렇게 저렇게 살아낸 나의 2년여 시간은 나의 자랑이 되어 주기도 했고 나의 약점이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어떤 이에게는 부러움이, 어떤 이에게는 씹어대기 좋은 소재가 되었다는 뜻이다.
특히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인터뷰를 보러 다닐 땐 예외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자기소개서에 꾹꾹 눌러 적은 나의 선택을 '대책 없이 일을 그만둠' 정도로 평가해 버리는 면접이 끝나고 터덜터덜 나올 때면 '에잇, 나쁘고 무례한 면접관들'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아 그때 회사를 그만 둘 게 아니라 이직을 했어야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 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순간은 대체로 "와 대단해, 어떻게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어?"라는 선망의 시선을 느낄 때이며, 반대로 내가 그 시간에 대해 후회하는 순간은 앞서 말한 면접에서의 일처럼 타인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타인의 시선 없이 온전한 나로 살아보겠다며 선택했던 일에서조차 여전히 나는 타인의 시선과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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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텔레비전에 나왔던 그 여학생처럼 나 역시 조금 더 어렸던 시절에 이런 고민을 시작했더라면, 정말로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어른이 되었을까.
역시 요즘 아이들은 참 똑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