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천장을 빤히 보고 있노라면
21.09.18
처음 해 본 입원이고 처음 해 본 수술이었다. 만날 그냥 정기검진 정도를 받다가, 암이라는 중증질환을 가진 다른 환자분들과 병실을 나눠 쓰며 병원의 하루를 관찰했다.
불안하고 예민한 환자, 피곤에 찌든 보호자, 그들을 대하느라 영혼이 반쯤 나가 있거나 신경질적인 대부분의 간호사, 그들 사이에서 날개가 보이는 듯한 친절하고 유쾌한 간호사. 손발이 빠르고 목소리가 아주 큰, 노련한 간병인. 시간이 되면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호다닥 본인이 맡은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퇴장하는 병원 관리 직원들. 이들이 이렇게 저렇게 뒤섞이며 시간을 보내는 중에 나타나는 의사는 등장부터 빛이 나고 모두를 숨죽이게 만든다. 그는 나머지 우리들이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할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절대자다. 그가 머무르는 잠깐의 시간만으로 많은 이들의 고충이 해소되기에 그가 친절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치 않은데, 만약 친절하기까지 하다면 신격으로 추앙받는다.
수포자를 간신히 면한 문과생이자 고등학교 생물 시간 해부 수업에서 구역질이 나서 조퇴해야 했던 나는 의대 입결이 높고 돈 잘 버는 것은 잘 알았지만 한 번도 왜 좋다는 것인지 공감하지 못했다. 짧게나마 병원에 있으며 의사의 서비스를 간절히 필요로 해 보면서 드디어 알았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이유가 뭐였든 간에, 의사는 정말 가치 있는 직업이고 가치 있는 만큼 명예롭다. 그들은 어려운 결정과 어려운 대화를 해야 할 때가 많고 강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 중 의대에 진학해 목표를 위해 들이는 피나는 노력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들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엄마는 나나 동생이 의사가 되길 바란 적 있어요?"
"그러엄, 왜 없어.... 최고의 직업이라고들 하잖아."
나도 이제 새롭게 찾은 의사라는 꿈을 향해 정진...
... 은 아니다. 의사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여전히 나의 꿈은 아니다. 하지만 나라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가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한 번쯤은 가질 것 같다.
수술 전, 내 순서를 기다리며 준비실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 중에서도 자꾸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되돌아왔다.
꼭 이렇게 삶이 유한함을 실감해야만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걸까?
시간 많던 사춘기 적에는 이런 고민을 종종 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고선 노느라, 밥벌이 고민을 하느라, 일에 적응하느라 치여 '어떤 삶'이라는 질문에 대해 잊고 살았다.
수술을 기다리는 30분 만에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간단했으면 허무했을 것 같다.
어차피 조금 쉬어 가는 이번 달, 찬찬히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이렇게라도 하던 걸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 쉼표가 있어, 다행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