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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Mar 18. 2024

그만둘 용기

박사 과정의 끝을 달리며

2019년부터 시작한 국제법 박사 과정. 5년이 지난 2024년, 드디어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에 디펜스(논문 구두시험)를 마쳤고 다음 달까지 최종본을 제출하면 진짜 끝이다.


내 박사 공부의 9할은 하기 싫은 마음이었다. 나머지 1할만 간헐적인 흥미와 배움의 기쁨으로 채워졌다. 하기 싫은 마음을 질질 끌고 용케도 여기까지 왔다.


특히 학업과 회사 업무가 겹친 지난 한 달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면서 동시에 가장 무기력하고 우울한 시기였다. 죽지 않으려 살았다.


올해 2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가 화제를 모았다. 대학원생 5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죽음을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나는, 왜 이 길을 그만두지 못했을까.


그만둘 용기도 용기다. 어쩌면 그것은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보다 더 격려받아 마땅하다.


그만둘 용기와 계속할 인내.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구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살아지지 않는다면 지식과 노동은 다 무슨 의미일까.


다행히도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다 끝이 있다.


이제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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