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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ul 04. 2024

'마음이 내킬 때 해야지'

직감보다 인내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고,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언제부턴가 글쓰기와 작곡이 취미가 아닌 일로 느껴져 귀찮아졌다. 마음이 내킬 때 하기로 했다. 그러다 벌써 몇 달이 지났다.


"마음이 내킬 때 해야지"

내가 속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다.


내 몸과 마음이 어떤 활동에 최적화되는 순간을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을 하고 싶은 날. 글을 쓰고 싶은 날. 음악을 만들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은 내 행동의 발화점으로 삼을 만큼 진정 신뢰할만하고 순수한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의 저변에는 남들에게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왠지 글을 쓴다고 하면 고상해 보이니까.


오랫동안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글과 음악이 사실은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글을 쓰는 사람보다는 쓴 사람. 음악을 만드는 사람보다는 만든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은 마음이 다였다면.


물론 그런 피상적인 마음이 다는 아니었을 테다. 그러나 순수해 보이는 마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탁하다. 유일하게 혼탁하지 않고 투명한 것은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자판을 두드리는 몇 분, 몇 시간. 기타로 코드 여러 개를 반복하며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는 시간.


하고 싶다는 직감보다 하기 싫어도 계속하는 인내를 기르고 싶다. 인내는 한순간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 깊고 정직하니깐.


한 사람을 대변하는 건 운 좋은 결과물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을 때 혼자 쌓아 올린 시간이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수한 오후를 작은 인내와 실천으로 채우는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내 안에 더 무겁게 가라앉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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