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속지 마세요. 그리고 대행사 영업 담당 AE들은 꼭 보세요.
종종 있는 일이지만,
최근에 또 어이없는 영업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여느 대행사 영업 전화와 같은 내용이었고 이미 약 4개월 전부터 온라인 대행사를 교체해서 집행 중이었던 우리는 대행사 교체에 대한 니즈가 없었다.
아래는 담당자와 내가 통화한 내용을 흐릿한 기억에 의존해 작성한 내용이다.
A대행사 영업담당자: 저희는 네이버 공식 마케팅 회사인데요. 어쩌구저쩌구.
- 나: 저희는 현재 대행사 제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A대행사 영업 담당자: 아 저희는 검색광고 그런 거 하는 회사가 아니고요 GFA라는 전문 회사인데요. 어쩌구저쩌구.
- 나: 아 죄송합니다. 그것도 집행하고 있습니다. 제안 괜찮습니다.
A대행사 영업 담당자: 왜 제안을 더 안 받으세요? 뭔지는 아세요?
- 나: (이때부터 언짢기 시작) 네 저 마케팅만 10년 했습니다. GFA 뭔지 잘 알고 있고 계약된 대행사 통해서 집행하고 있습니다.
A대행사 영업 담당자: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가소로우세요?
- 나: (어이가 없기 시작) 네? 전화 끊겠습니다.
뭐 이 뿐만 아니라..
몇몇 대행사들에서는 자기들이 나보다 훨씬 더 이 분야에서 전문가고
당신이 지금 잘못하고 있으니 대행사를 교체해야 한다며 해당 브랜드 담당자를 거의 혼내듯이 가르치려 들며 영업 전화를 해대는 영업자들이 아.직.도. 있다.
행여나 작은 소규모의 회사에서 사수 없이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거나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소상공인 사장님이나 창업은 했지만 마케팅 관련 전화는 받아본 적 없는 비전문가 사장님들이 위와 같은 무례한 전화에 놀라거나 혹은 정말 내가 광고 집행을 잘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우려에 그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까 봐 분노에 몇 자 적어본다.
왜냐? 내가 안 찾아 나서도 알아서 일이 들어오니까.
행여 들어봤을 법한 큰 대행사 이름이 나와도 현혹될 필요가 없다.
이미 돈 많이 써주는 Big 클라이언트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영업 전화를 돌릴 이유가 없다.
네이버를 비롯한 카카오, 모비온 등의 국내 광고 채널들은 파트너십을 맺은 광고 대행사들을 '공식 대행사'라는 이름하에 영업권을 주고 광고주가 광고비용으로 쓴 금액에서 통상 5~1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아래는 네이버에서 지정한 '공식 대행사' 에이전시 리스트를 볼 수 있는 링크다.
https://saedu.naver.com/adguide/manage/adAgency.naver
우리가 이처럼 대행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보통 국내 매체들에서는 10% 정도를 '비즈쿠폰'과 같은 형태로 다시 광고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광고주에게 돌려준다. 그런데 위 링크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네이버 공식 대행사만 해도 어림잡아 60곳 이상인데... 그들이 전화를 할 때는 마치 자신들이 네이버에 소속된 마케팅팀인 것처럼 대단하게 꾸며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공식 대행사'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대행사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가령 네이버 메인 타임보드나 쇼핑박스 등 특정 영역에 광고가 필요한 곳은 공식 대행사를 통해서만 입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그들이 영업전화를 돌리는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들은 그런 타임보드나 쇼핑박스에 입찰을 할 일이 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위 제목과 같이 말할 분들은 공식 광고대행사에 맡기는 것보다 차라리 제대로 된 마케팅 직원을 뽑거나 프리랜서 마케터와 용역 계약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마케팅 대행사들은 광고주가 집행하는 광고비에서 5~10% 정도의 수수료만 챙긴다. 내가 1,000만 원 광고비를 써도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불과 100만 원 정도다. 대행사 직원 1명의 월급도 안된다는 이야기다.
영업 전화는 물론 대행사 메일에서도 1:1로 전담 디자이너와 마케터를 붙여줄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통 대행사 AE라고 부르는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자신들이 관리하는 클라이언트의 수와 그들이 집행하는 광고 금액과 비례한 비용을 월급으로 받기에 욕심이 많은 회사나 직원일수록 1인당 담당하는 업체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진다.
그러면 당연히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의 수에서 신경 써서 케어하는 광고주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즉, 광고비를 많이 쓰는 곳일수록 신경을 더 써줄 수밖에 없다.
내가 광고 매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행사 담당자에게 피드백을 시시각각 잘하면서 빡세게 관리할 자신이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매체 관리를 해줄 대행사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리 빡세게 관리하더라도 인하우스로 내부에 직원을 두고 관리하느니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외에도 언론사 취재나 PPL, 인터뷰 촬영 요청, 브랜드 대상 수상 관련 전화 등 마케팅팀에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전화가 걸려온다. 앞에 언급한 사례들은 대부분 비용이나 제품 협찬의 의도를 갖고 전화나 메일을 하는 것임으로 망설이지 말고 명확하게 질문하고 빠르게 끊어내는 것이 좋다.
나도 사회 초년생 때는 멋모르고 이것저것 응대하다가 시간 버리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단호하면서도 예의 있게 또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전달을 하고자 한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마케팅팀은 최근 온라인 매출 목표를 갖고 가게 되면서
우리 역시 타겟으로 생각하는 업체들이나 단체에 전화를 하거나 콜드 메일을 보내는 등 여러 가지 액션을 취하고 있다. 영업 전화를 돌리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열심히 먹고살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가능한 상대가 원하는 바를 빠르고 민첩하게 캐치해내고 무례하지 않았는지 실례가 되는 시간이나 상황에 전화를 한 것은 아닌지. 내 전화가 그에게 전혀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고, 시간만 뺏는 행위는 아니었는지 판단하고 그다음에 어떤 액션을 취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부디 마케팅 대행사에 근무하는 많은 영업 담당자들에게 이 글이 읽히거나..
대행사 높으신 분들이 이 글을 보길 바라며..
'나는 왜 계약 성사나 영업이 잘 안되지?'
'우리 회사 영업 조직은 왜 이렇게 퍼포먼스가 떨어지지?' 하는 분들은
꼭 본인의 영업 전화나 메일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