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쩍 흰머리가 늘었다.
거울 속의 흰머리를 볼때마다 울적하다.
가르마를 바꿔 숨겨보려다가
이제 너무 눈에 띄는 녀석들은 족집게로 뽑아내고 있다.
나의 마지막 자존심은,
새치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내 눈은 흰머리를 보고 있는데,
내 머리는 검은머리를 보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이 머리카락은 검었을 테지.
젊음에 대한 미련이
흰머리를 흰머리로 보지 못하게 한다.
왜 피부는 희어지길 바라면서
머리카락은 검어지길 바라는 것일까?
인간은 너무나 제멋대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염색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강경화처럼 멋있어질 수 있겠지,
내심 기대한다.
이번엔 시선을 과거에서 미래로 옮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분명 검은 머릿속에 있었을 땐 미웠는데
뽑아 놓고 나면 예쁘다.
나는 뽑혀버린 흰머리를 안방 조명에 이리저리 비추어 보며
흰머리가 예쁘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