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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청메이 May 16. 2019

베를린 이야기 2

오마이갓, 사우나에 왜 남자가 보이는거야.

시차적응이 안돼서 그냥 밤을 새고 여행기나 쓰기로 했다. 뭐 그래도 되는 상황이니까 지금은.

매번 다운되어 있는 것 같아 좀 재미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가끔 정말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이번엔 어우, 깜짝 놀랐다.


마지막 베를린 일정은 호텔에서 머물렀다. 

스위스에서 멘붕을 겪고 사실 몸이 계속 좋지가 않은데 잠도 거의 못자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사고낸 다음부터 운전을 조심해서 했는데 베를린으로 넘어오는 비행기가 새벽 6시 반이라 어쩔 수 없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  운전을 해야했다. 고작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비까지 쏟아져서 긴장을 잔뜩했다. 밤에 멘탈이 더 많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라 보안검색 후에 멍때리고 앉아 있다가 비행기를 못탈뻔 했다. 멍을 때려도 탑승구에 가서 때렸어야 했는데 여튼 탔으니까 됐지 뭐.


그렇게 도착한 베를린 래디슨 블루 호텔엔 사우나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짐을 풀고 밥을 먹고는 바로 내려갔다. 수영장, 피트니스와 함께 있는 공간으로 수영장에서는 사우나로 바로 연결이 되어 있다. 이럴 줄 알았음 수영복도 가지고 내려올걸 하면서 딱 들어가보니 음, 이상하다? 왜 남자들도 같이 보이지? 음... 그래 수영장이니까 음... 근데 사우나는??? 아 설마 수영복 입고 들어가야하는거야? 방에 다시 갔다와야겠네- 라며 사우나 안내를 보는데 수영복금지라고 되어 있었다. 음,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거..?? 

다시 나가서 직원에게 물어봤다. 


-수영복 안입는 게 맞는거죠?

=네, 수영장에서만 입구요, 사우나는 안돼요. 사우나는 필요하다면 타올을 쓰시구요.


아, 그렇구나... 타올로 가리면 되는구나... 근데 타올이 쪼끄만 내가 둘둘 감아도 미니스커드가 되는데 이게 내 1.5배는 되는 독일인들이 가능하다고?? 일단은 타올과 목욕가운을 다 들고 들어갔다. 다행히 그 때 사우나에는 나밖에 없었지만 어쨌든 투명한 문인데다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나는 무슨 한증막에 온 애처럼 타올로 감고 목욕가운으로 다시 또 둘둘 감았다. 뜨거운 돌에 물을 뿌려 열기를 만드는 핀란드식 사우나였는데 그 90도가 넘는 공간에서 그러고 있자니 질식해서 죽을거 같았다. 더욱이 외국인 남자가 계속 힐끗힐끗보는게 걔도 나때문에 못들어오는 것 같다 싶어서 금방 나왔다. 그리고 옆에 좀 낮은 온도에 사우나가 있길래 거길로 다시 들어가봤다. 잠시후 누가 들어왔는데 다행히 독일 아주머니셨다. 근데 이 아주머니. 수건으로 앞만 가리고 들어오시더니 그 수건을 바닥에 깔고 누우시는거 아닌가. (우리가 목욕탕 사우나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 당연히 수건은 그거 하나 뿐이었다. 가운까지 두르고 있는 나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하하. 그 모습에 누가 또 들어올까 무서워 다시 나왔다. 그리고 혹시 아까 그 남자가 그 사우나에 들어갔나 싶어 슬쩍 봤는데... 하아... 수건을 깔고 앉아있더라... 물론 그의 수건도 하나였다.... 하아... 


그렇게 나는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작년에 핀란드갔을 때 찾아본 정보에서 사우나 혼용이라는 이야기를 본 것 같다. 그 때도 그래서 혼용이면 어쩌지란 불안함과 더불어 뭐 다들 그러면 이상할 것도 없지라는 대담함으로 갔었는데 다행히 그 호텔은 남녀가 분리되어 있었다. 아니 이것들이 남녀칠세부동석인데 남사스럽게 어디서 같이 사우나를 해. 막상 모습을 보고 나니 아마 작년에도 혼용이었으면 그 대담함 바로 집어치우고 돌아왔을 것 같다. 어우, 쉽지 않은 차이다. 긴장풀러갔다가 긴장을 더 하고 온 탓인지 갑자기 오한이 와서 이불 둘둘 감싸고 잤다. 다시는 사우나에 가지 못했다.



또 하나 받아들일 수 없는 정서는 바로 오픈 릴레이션십(OPEN RELATIONSHIP).

이건 포르투갈에서 만난 독일에 살고 있는 그 여자분과, 언니에게 둘 다 묻지도 않았는데 들은 이야기이다. 한국여자가 독일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힘든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요새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당당히 서로의 파트너와 새 관계를 시작할 때부터 요구한다고 한다. 난 오픈릴레이션십을 갖고 싶어. 너는 어때? 라고. 쉽게 말하면 서로의 짝이 있는데 다른 사람하고도 관계를 맺는거다. 근데 그걸 비밀리에 하는 게 아니라 '나 오늘 누구 만날거고 걔랑 잘거야.' 라고 한다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걔는 어땠냐 이런 대화를 한다는 거다. 오마이갓. 

그들간에 룰은 있다. 서로의 짝에겐 당연히 오픈, 하룻밤 상대에게도 짝이 있음을 오픈하며 절대 잠자리 후에 서로를 안는 둥의 스킨십은 하지 않는다, 지속적 관계는 맺지 않는다. 기타 등등. 

물론 모든 사람이 이걸 추구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애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거지. 보통 동양 여자애들은 저런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정서이다 보니 처음 관계를 맺을 때 나는 그건 안된다고 하면 연인 관계자체가 시작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모르겠다. 좀 비겁한 생각이라고 느껴진다. 늘 의지할 수 있는 내 편은 만들고 싶으면서 욕구는 욕구대로 채우겠다는 거잖아. 별로다.



그렇다. 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그래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 이게 바로 여행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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