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밸런스 중요성
『경험의 멸종』과 행동경제학으로 풀어본 경험의 회피 심리,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영상으로 먼저 ‘보고’ 결정한다. 새로운 여행지, 맛집, 취미조차도 직접 해보는 대신 다른 이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소비하며 판단한다. 최근 출간된 『경험의 멸종』에서 크리스틴 로젠은 바로 이 현상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하지만 이 책을 행동경제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간접 경험’이라는 선택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심리적 비용과 전략이 숨어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행동경제학의 핵심 이론 중 하나인 ‘손실회피(Loss Aversion)’는, 사람들이 얻는 기쁨보다 잃을 때의 고통을 두세 배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처음 가는 식당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고,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럴 바엔 아예 시도하지 않는 편이 심리적으로 편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험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려 한다.
유튜브 후기, 인스타그램 인증숏, 블로그 리뷰. 언박싱 콘텐츠 등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봤다가 손해 보는 것’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간접 경험은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어 전략이 된다.
하지만 이런 간접경험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 아예 선택하지 않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경험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SNS 속 타인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면서 ‘남이 한 것’을 나의 기준으로 삼게 되고, 이는 결국 자기만의 이야기, 자기다움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우려되고 있다.
실패할 수 있지만 나에게 맞는 것은 무엇일지 관심 있는 부분에서는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나를 찾는데 더 확실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소비나 경험을 할 때, 하나의 통장에서 돈을 빼 쓰지 않는다. 머릿속에 여러 개의 **심리적 계좌(Mental Accounts)**를 만들어 돈, 시간, 감정의 쓰임새를 항목별로 관리한다.
‘이건 기념일이니까 이 정도는 써도 돼’, ‘여행 경비에서 이걸 더 쓰면 아까워’ 같은 말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런데 이 심리 계좌는 경험에도 작동한다.
예를 들어 ‘취미 계정’에는 기분 좋고 힐링되는 것만 들어와야 한다고 믿는다. 낯선 전시회, 낯선 맛집처럼 실패 확률이 있는 경험은 이 계좌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거부된다. 또 어떤 사람은 ‘시간 낭비 계좌’가 너무 민감하게 작동해서, 잠깐의 실망도 손해처럼 느껴지면 해당 경험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결국 경험조차 “쓸 만한 것만 쓰자”는 회계 기준으로 필터링된다.
간접 경험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선택하고 탐험하는 대신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소비자가 돼버릴 위험이 있다. 나의 취미계정과 맞는 간접 경험만 하게 되어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고 편향된 관점만 경험하게 되는 것도 안 좋은 점이다.
예를 들어 SNS에 뜨는 핫플 위주로만 여행지를 고르고, 누가 좋다고 한 브랜드만 쓰고, 익숙한 유튜버만 구독하며 콘텐츠 소비하는 등...
즉, 간접 경험이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긴 하지만, 동시에 더 수동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점인 것이다. 우리 경험 심리계좌를 다양하게 분산투자해야 풍부한 경험을 소유할 수 있게 된 텐데 말이다.
간접 경험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너무 조심스럽다”거나 “직접 부딪혀 봐야 한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말한다.
그들은 단순히 ‘게으른’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손실을 회피하는 시스템을 작동 중일뿐이다. 또는 너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기에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올려서 공유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삶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진짜 경험의 기회를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경험은 결국 기억에도 남지 않고, 성찰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또한 경험해도 남의 기준에 맞는 것이기에 어떠한 인사이트도 남길 수 없다.
진짜 경험은 항상 약간의 불편함을 수반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곧 성장과 연결된 감정의 진폭이다.
경험을 회피하기보다, ‘이 경험이 실패해도 괜찮다’는 회계 기준을 새로 만들어보자.
심리적 계좌를 재설계하고, 손실 회피를 감당하는 연습을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경험을 ‘기록용’이 아닌 ‘기억용’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25년 4월, 8년 만에 내한공연에서 밴드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이 말했다. 콘서트에 와서도 핸드폰으로 촬영하는데 급급한 관객들에게 "그저 이 순간의 음악을 즐겨보자"라고 제안했다.
번개장터 CEO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인데
"매일 실패하고 허슬 한다."
"허슬"은 원래 "바쁘게 허둥대는", "사기를 치다", "재촉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였지만, 현재는 "될 때까지 맹렬하게 도전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특히 힙합 문화에서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실패에서도 허슬 하면서 재도전, 재정의,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므로 실패한 경험이 없다고 말한다.
“진짜 삶은 실패가 있는 경험 속에서 시작된다.”
오늘 하루,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 하나쯤 허용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