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왜 취향은 더 파편화되나?

포모(FOMO)를 넘어선 호기심: 정보 격차가 만든 초단기 유행의 심리학

by 메자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식 트렌드

두바이 초콜릿과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의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봄동비빔밥이 식탁을 점령하고, 그 기세가 무색하게 버터떡이 다시 대중의 시선을 앗아간다. 요즘 유행하는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 뜨는지보다 무엇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가 더 인상적이다. 한때 SNS를 가득 채우던 메뉴가 불과 1-2개월 만에 힘을 잃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이름의 음식이 차지한다. 럭비공은 땅에 닿는 순간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의 외식 시장이 딱 그 꼴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식품 트렌드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조하느냐’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지속성은 거세된 채 폭발적인 동조만이 남은 기형적 구조를 띤다. 전통 경제학은 소비자가 정보를 비교하고 효용을 계산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설명하지만, 작금의 미식 광풍은 그 공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의 유행 음식은 배를 채우는 메뉴이기 전에, 먼저 참여하고 인증해야 하는 ‘사회적 사건’으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image.png

나노트렌드: 파편화된 취향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왜 유행의 주기는 이토록 짧아졌으며, 그 방향은 예측 불허가 되었는가? 그 중심에는 ‘나노트렌드(Nano-trend)’가 있다. 과거의 유행이 거대한 파도처럼 집단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면, 지금은 미세한 모래알처럼 파편화된 취향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극세분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 주범은 AI 알고리즘이다. AI는 대중의 시선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동시에, 수만 개의 파편화된 취향을 개별 소비자에게 배달한다. 과거의 구전(Word-of-mouth)이 인간의 물리적 한계 내에서 전파되었다면, 지금의 알고리즘은 반응이 감지된 콘텐츠를 무한 복제하여 투사한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추천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뜨기 시작한 것을 반복해서 보게 되는 ‘편향의 증폭’이 일어난다. 즉, 유행이 럭비공처럼 튀는 이유는 대중이 변덕스러워진 탓도 있지만, 개개인의 숨겨진 취향이 AI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굴절되어 나타나는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으로 읽는 미식의 심리학

이 트렌드는 포모(FOMO), 동조현상, 밴드왜건 효과만으로 설명하면 반쪽짜리가 된다. 실제로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이나 레스토랑을 찾는 행동에는 “남들도 가니까”라는 사회적 압력만이 아니라, “도대체 저게 뭐길래?”라는 호기심도 강하게 작동한다. 행동경제학적으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것은 사회적 신호를 따라가는 소비와 정보를 메우려는 호기심 기반 소비가 결합된 현상으로 보는 편이 맞다. 카네기멜론대 행동경제학자 조지 로웬스타인의 논문은 호기심을 “내가 아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내는 심리로 설명했고, 이후 연구들도 호기심이 새로움·복잡성·예상 밖의 자극에서 강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것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신기성 추구'라고 말한다.

또한 소비자심리학, 소비자해동 연구에서 보면 신기성 추구, 혹은 새로움 선호다. 심리학자 다니엘 벌라인의 호기심 연구는 인간이 전혀 무의미한 자극보다 적당히 새롭고, 적당히 복잡하고, 약간 예측 불가능한 자극에 더 강하게 끌린다고 봤다. 그래서 두쫀쿠나 버터떡 같은 메뉴는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익숙한 재료 위에 낯선 이름·식감·비주얼이 덧입혀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탐색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로웬스타인은 1994년, 호기심이 사람마다 다른 단순한 성격 특성이 아니라, 특정한 정보의 빈칸이 눈에 띄는 순간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정보 격차이론'이라고 말한다.

SNS는 바로 그 빈칸을 아주 잘 만든다. 단면은 보여주지만 전체 맛은 모르게 하고, 사람들의 과장된 반응은 보여주지만 실제 경험은 숨긴다. 그러면 사람은 “왜 저렇게 난리지?”, “대체 무슨 맛인데?”라는 정보격차를 느낀다. 그리고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직접 사 먹거나 찾아가 본다. 즉 유행 음식 소비는 때로는 동조의 결과가 아니라, 불완전하게 노출된 정보를 직접 확인하려는 탐색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결국ㄱ SNS의 성장은 이런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의 격차로 인해 초단기적 유행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험한 정보는 행동경제학에서 '정보획득의 효용'이라고 하여 단순히 의사결정 수단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쾌락·불안·안도와 같은 심리적 보상을 만든다. 관련 연구들은 사람들이 미래나 결과에 대한 정보를, 실용적 이유가 크지 않아도 그냥 알고 싶어서 찾거나, 반대로 피하기도 한다고 보여준다.

즉 “나도 먹어봤다”, “이제 나도 평가할 수 있다”, “저 유행이 왜 떴는지 안다”는 경험 자체가 효용(보상)이 된다. 이때 소비자는 맛만 산 것이 아니라, 판단할 자격과 대화 참여권을 함께 산다.


제조업의 대응: 스테디셀러의 종말과 ‘패스트 매뉴팩처링’

과거의 제조업이 기업 주도의 '공급자 중심' 모델이었다면, 현재는 소비자의 실시간 반응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복되었다. SNS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자는 유행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존재를 넘어 스스로 트렌드를 생성하고 확산시키는 주체가 되었고, 이로 인해 며칠 만에 뜨고 지는 '초단기 마이크로 트렌드'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트렌드를 억지로 선도하려 고집하기보다 SNS라는 데이터의 바다에서 부상하는 욕망을 정교하게 포착해 즉각 실행에 옮기는 '패스트 매뉴팩처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던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AI와 스마트팩토리를 기반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실현하며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결국 스테디셀러의 시대가 저물고 소비의 본질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함에 따라, 상품은 트렌드에 동참했음을 증명하는 일종의 '입장권'이 되었다. 따라서 현대 비즈니스의 핵심은 단순히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빛의 속도로 현실화하는 데이터 기반의 기획 및 생산팀의 민첩성에 달려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급변하는 디저트 유행 주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과업계가 신규 브랜드 론칭 대신 '한정판'과 '시즌 제품' 출시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특정 식재료(두바이 초콜릿, 피스타치오 등)가 순식간에 뜨고 지는 '초단기 유행'이 반복되면서, 제과업체들은 막대한 설비 투자와 재고 부담이 따르는 신제품 개발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인 것이다. 대신 몽쉘, 오예스, 홈런볼처럼 이미 검증된 스테디셀러의 틀은 유지하되 유행하는 맛만 입힌 한정 수량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설비 교체 비용을 최소화하고 유행이 끝났을 때 즉각 생산을 중단할 수 있는 전략적 퇴로를 확보하고 있다.

결국 이는 제조업이 과거의 '대량 생산·공급자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SNS 반응을 토대로 시장성을 먼저 가늠한 뒤 민첩하게 대응하는 수요자 중심의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한정판' 마케팅은 소비자에게는 지금이 아니면 놓친다는 희소성(FOMO)을 자극하는 동시에, 기업에게는 인기를 사전에 검증하여 정식 출시 여부를 판단하는 저비용·고효율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점이 전환된 상태에서 파괴적 혁신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데이터의 경고: 알고리즘의 함정과 ‘취향의 균질화’

여기서 우리는 뼈아픈 데이터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AI와 빅데이터가 모든 해답을 줄 것 같지만, 리더가 데이터에만 매몰될 때 비즈니스는 역설적으로 ‘취향의 균질화(Homogenization)’라는 함정에 빠진다.

알고리즘은 대중이 가장 많이 클릭한 것, 즉 ‘평균의 취향’을 증폭시킨다. 모든 기업이 AI 데이터를 따라 유행하는 맛과 디자인을 복제할 때, 시장은 개성을 잃고 가격 경쟁만이 남는 ‘레드오션’으로 변질된다.

또한 데이터는 유행의 주기가 짧아질수록 식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정작 필수 영양소인 채소와 과일 섭취 비율은 해마다 급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만 쫓다가는 고객의 건강과 브랜드의 차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된다. 데이터는 ‘현상’을 보여줄 뿐,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결정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영 리더십의 선택: 데이터 너머의 ‘가치’를 큐레이션하라

초개인화 시대, 경영 리더들의 판단과 선택은 달라져야 한다. 리더는 유행의 파도를 타는 서퍼가 아니라, 파도가 치는 바다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모든 유행에 반응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자원 낭비일 뿐이다.

첫째, ‘무엇(What)’이 아닌 ‘왜(Why)’를 질문하라. 데이터가 특정 디저트의 유행을 가리킬 때, 리더는 그 이면에 숨겨진 ‘결핍’과 ‘경험의 욕구’를 읽어내야 한다.

둘째, ‘선택의 과잉’을 해결하는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수만 가지 취향 속에서 결정 피로를 느끼는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는 당신의 일상과 건강을 위해 이 선을 지킵니다”라고 단호하게 제안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셋째, ‘디지털 민첩성’과 ‘아날로그 진정성’을 결합하라. 제조 공정은 AI로 효율화하되, 고객의 식탁에 놓이는 가치만큼은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철학을 담아야 한다.

결국 승자는 유행을 가장 빨리 따라가는 자가 아니라,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도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고 있는 자다. 노출은 첫 방문을 만들지만, 브랜드는 두 번째 방문을 만든다. 럭비공이 어디로 튀든 관객들이 다시 찾아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신뢰의 경기장’을 구축하라. 기억하라. 유행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이지만, 리텐션은 이 집의 주인이다. 유행은 찰나이나, 우리 몸과 당신의 브랜드는 실존이다.


#행동경제학 #소비심리 #AI시대 #나노트렌드 #초단기유행 #FOMO #두바이초콜릿 #버터떡


작가의 이전글망치를 쥔 어린아이처럼, AI부터 찾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