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은

by 소향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

더 이상 무엇도 채우지 않은 채
그렇게 당신을 꺼내 마시는

말 없는 벽, 식은 찻잔,
그 위에 내려앉은 하루가
더는 슬프지 않게 느껴지는 건
여전히 남은 온기 속 당신 숨결 때문이다

비운다는 건
지운다는 뜻이 아니라
더 단단히 새긴다는 뜻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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