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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May 21. 2022

아빠들의 육아일기가 궁금한가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씁니다.

올해 초부터 글 쓰는 아빠들과 함께 육아일기를 레터로 쓰고 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보고 연락 오는 곳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에는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님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아래처럼 기사가 실렸다.



처음에는 만나자고 하셨지만 도통 시간이 나지 않아 서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많은 질문에 짧지 않게 회신을 보냈는데 지면이 제한된 탓에 전문이 실리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브런치에 내가 회신한 전문을 옮긴다.



<뉴스레터 관련>


-포털 카페나 블로그, SNS도 있는데 플랫폼을 뉴스레터로 잡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단순히 글을 쓰기보다는 사람들의 눈에 더 띄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쓰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요즘은 새로운 뉴스레터들이 각광받는 시대입니다. ‘내 블로그 구독해줘!’라고 이야기하는 건 조금 진부해 보이지만 ‘내 뉴스레터 구독해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시쳇말로 더 ‘힙해 보인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카페나 블로그 등 내가 언제든 가서 볼 수 있는 채널에 올리기보다는 구독해야만 볼 수 있는 뉴스레터로 만드는 것이 내 콘텐츠에 관심 있는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뉴스레터로 보낸 글들도 필요에 따라 카페나 블로그, SNS에 언제든 올릴 수 있기에 뉴스레터로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강 작가님을 제외한 필자 4분은 어떻게 아는 사이이신가요? 섭외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현님과 정민님을 먼저 섭외했습니다. 현님은 SNS를 통해 인연이 닿았고 정민님은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습니다. 현님과 정민님 둘은 이전에 퍼블리 콘텐츠 에디터와 작가로서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고요. 두 사람 모두 에세이 책을 낸 경험이 있기도 하고 평소 육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육아 관련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에 셋이 함께 만날 식사 자리가 생겼고 거기서 제안했습니다. 두 사람 다 흔쾌히 동의했고 추후 현님이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규성님과 정우님을 추가로 섭외했죠. 


-맘 카페와 같은 대디 카페가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디 카페 등 '아빠들의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어떨 때 가장 절실하게 느끼시나요?


처음에는 ‘육아하는 아빠들도 할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운영하고 나서 아빠들의 커뮤니티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조금 더 하게 되었어요.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면 회당 평균 4~5개의 피드백이 오곤 하는데요. 아빠들의 비율이 대략 50% 정도 됩니다.  


-처음에 만들겠다고 했을 때 아내분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응원해줬습니다. 이전에도 뉴스레터를 76주간 혼자서 매주 보낸 경험도 있었고 책을 출간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육아 관여도도 높다 보니 육아에 관련된 글을 쓴다고 하는 건 저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주변 분들 반응은 어떠셨나요? 시큰둥한 반응도 있었을까요?


관심 갖는 분들도 계셨지만 사실 시큰둥하거나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친한 친구이자 유명 작가인 친구에게 ‘아빠들의 육아 일기'를 뉴스레터로 써보겠다고 하자 ‘야, 그걸 누가 읽겠냐'라고 장난 반 진담 반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워낙 친한 사이라 마음 상하지는 않았고요 (웃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걸 생각하면 그 친구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기억 남는 레터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사실 대부분의 피드백이 인상적이고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보내주시는 피드백의 특징이 있는데요. 대부분 장문의 글이라는 겁니다. 단순히 글이 좋았다, 공감된다 정도의 분량이 아니라 자신이 겪고 있는 육아의 현실이나 아내/남편에 대한 감정들도 함께 적어주세요. 미혼이신 분들의 피드백도 종종 들어오고요. 대부분은 저희의 글을 읽고 공감이 되어다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번 뉴스레터를 보낼 때마다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피드백을 함께 레터에 담아서 공유해드리기도 합니다. 




<육아 관련>


-일과 가정 노동을 동시에 하다 보니 겪는 내/외부 갈등은 없으세요?


저희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낮에는 장인/장모님이 아이를 봐주세요. 감사하게도 두 분이 아이를 봐주시겠다는 의사를 밝혀주셨고 저희도 큰맘 먹고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하게 되었죠. 흔히 말해 독박 육아를 하는 집보다는 상황이 나을 수 있지만 이게 또 쉽지 않더라고요. 장인 장모님이 나이가 있으시니 아이를 보는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발생합니다. 저와 아내도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다 보니 아이 볼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고요.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하루하루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있습니다.  


-육아하면서 마음이 가라앉은 경험이 있으세요? 보통 육퇴 후에 심신이 지치실 때 어떻게 달래시나요?


평안하게 지나가는 날도 있지만 유난히 아이가 짜증을 내고 힘들어하는 날이 있어요. 이런 날엔 저 역시 덩달아 지치기도 합니다. 너무 힘든 날은 사실 특별한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멍 때리면서 TV 나 유튜브를 봅니다. 맥주를 한잔 하기도 하고요. 많은 부모님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레터에 담을 글을 쓰면서 마음도 치유가 될 것 같은데, 그런 효과 같은 게 있을까요?


글을 쓴다는 건, 특히 저희 레터처럼 삶의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삶을 리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 삶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뒤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감정과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지를 떠올립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하게 되고, 아이의 존재감을 한번 더 떠올리게 됩니다. 아내와 아이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치유, 정화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할 때 혼자 아빠라서 소외감 든 적은 없으실까요?


소외감이 든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 공원이나 쇼핑몰을 가보면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물론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만,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경우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썬데이 파더스 클럽 멤버인 현님과 함께 각자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공동육아를 한 적이 있어요. 근처에서 김밥을 사서 서울숲으로 향했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유모차를 밀며 산책도 하고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 커피도 마셨죠. 특별할 것 없는 동선이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즐거웠어요.  

-독박 육아 서러움도 느끼실 때가 있으세요? 그럴 때면 어떻게 해소하세요?


저희 집만 보자면, 누군가 독박 육아를 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로는 아내가 독박 육아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하기도 합니다. 아내와 저 둘 다 성인으로서 각자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죠.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육아에 참여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요. 서로를 존중하고 도와가며 시간을 분배해 누군가 독박 육아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딱히 서러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을 추천하시나요?


저는 이제 곧 프리랜서에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요. ('22.5.16 입사) 그동안은 프리랜서로 살면서 육아를 해왔습니다. 직장인보다는 개인 시간을 조율하기 훨씬 수월한 상황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육아휴직에 준하는 생활패턴을 가지며 육아에 참여해오기는 했죠. 하지만 직장인이 아니었다 보니 육아휴직이 주는 부담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썬데이 파더스 클럽 멤버들의 경우, 모두 다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데요. 규성님은 최근에 6개월 휴직 후 막 복직을 한 상황이고 현님은 1년짜리 육아휴직을 쓴 지 이제 6주가 지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휴직을 하며 육아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 동안 훨씬 아이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옆에서 보기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상황이 된다면 아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꼭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면 관련>


-요즘 Z세대들은 개개인의 삶이 더 중요해 출산을 꺼리고 있죠. 한편 부모들은 아이를 낳으면 '나의 세계가 더 넓어진다'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둘 다 맞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저처럼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집은 운이 좋은 경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육아를 운에 맡길 수는 없잖아요. 당연히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출산이 꺼려질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만큼의 행복이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하루하루 커 갈수록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아이를 갖는 삶과 갖지 않는 삶 모두 존중해요. 다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분과 자기 전 30분씩 얘기하다고 했는데, 보통 어떤 대화를 나누세요? 대화를 하고 나면 어떤 변화가 따로 있을까요?


사실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1시간 이상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아요. 억지로 노력하기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나름의 루틴이자 당연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 대화 주제는 정말 다양해요. 오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오늘 재미있게 본 유튜브 콘텐츠는 무엇이었는지. 정말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날의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할 때도 있고 반대로 기쁘고 행복한 날도 있습니다. 그런 감정들을 아내와 모두 공유해요. 내가 가진 기쁨과 슬픔을 모두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모든 걸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은 부부관계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부부는 육아를 할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30대까지만 해도 대기업 마케터로, 또 프리랜서 기획자 등으로 정말 여러 활동을 하셨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사람과 일을 확장하던 중 아이의 탄생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게 된 건데, 아쉽진 않으신가요?


아이가 9개월이 되었는데요. 9개월 동안 가진 저녁 약속의 횟수가 한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저녁시간에는 무조건 집에 왔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사실 코로나가 고마운 것도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저녁 약속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상이 되다 보니 저녁 약속을 갖지 못하는 게 전혀 아쉬운 상황이 되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언가 하날 얻어다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얻은 만큼 무언가 포기하는 건 당연한 거죠. 


-혹시 일할 때 자아('뼛속까지 E형')와 육아할 때 자아는 일치하시는 편인가요?


아이가 알아듣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말을 겁니다. 어찌 보면 혼잣말을 한다고 봐야겠네요 (웃음) 기저귀를 갈 때도 아이가 가만히 있지 않고 엄청 뒤척이거든요. 그럴 때면 ‘이서야 아빠 도와주세요! 도와줘야 돼요!’라고 외치면서 기저귀를 갈기도 해요. 목욕을 할 때나 놀아줄 때도 말을 많이 거는 편이고요.   


GQ 기고글을 보면 현재 '내면의 나에게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하셨는데, 이를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으세요?



내면의 나에게 집중한다는 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시간을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합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내 몸은 하나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요. ‘마케팅과 글쓰기'를 하며 살아야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결정했고 한 스타트업의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제 시간을 딱 세 군데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일, 육아 그리고 글쓰기. 그리고 제 24시간을 이 세 가지 일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육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과 글쓰기를 할 시간을 내기 위한 일이기도 해요. 육아를 해둬야 일도 글쓰기도 마음 편히 할 수 있죠.  


그러니 거절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집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몰라도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일을 제안받는다면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고 싶은 걸 다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일과 병행하는 육아에 지친 모든 부모들에게, '나'라는 중심축을 잘 잡는 팁을 알려준다면요?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집은 이렇게 키운다던데 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더 나은 육아 방법이나 좋은 육아 템 정보를 얻는 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집에는 각자의 상황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들만의 육아관과 육아 방식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거죠. 그런데 자꾸 주변만 둘러보면 힘들어져요. 왜 우리 아이는 남들보다 발육이 늦을까, 왜 우리 아이는 아직도 통잠을 못 잘까 등등 그냥 아이마다 발육상태가 다를 수 있고 선천적 성향이 다를 수 있죠.  


거기에 더해 엄마, 아빠라는 정체성 이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지 않을 수 있는 일을 하루에 30분이라도 하면 좋겠어요. 글쓰기도 좋고, 스트레칭도 좋고, 산책도 좋고, 독서도 좋아요. 육아가 아닌 인간 ‘누구누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작고 짧게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부모의 자존감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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