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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팸 구호 Sep 05. 2022

시작해보겠습니다.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해.

안녕하세요. 스팸6호 입니다.

왜 스팸6호인지는 나중에 밝히겠습니다. 이걸로도 할 얘기가 잔뜩 있거든요.


브런치에 작가 등록? 이란 걸 해놓은 게 얼마나 됐는 지도 가물가물 합니다. 뭘 하려고 등록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던 시절에 글뽕에 취해서 에세이랍시고 휘갈기려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일기를 써볼까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오프라인에만 나가는 내 글이 아까우니 여기다 복붙 해서 남들은 오랜 시간 공들여 운영할 때 개꿀이나 빨아볼까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쓰임새를 찾은 것 같습니다.


저는 말이 정말 많은 사람입니다. 이력서 취미와 특기란에 '대화'라고 쓰는 미친놈입니다. 술 한 모금 마시지 않고도 밤새 떠들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친구 불만 들어주러 나갔다가, 오히려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아 오는 파렴치함도 자주 드러냈습니다. 소개팅 나가면 '상대방 얘기 잘 들어주고 맞장구 잘 쳐줘야겠다'라고 수억 번을 다짐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저 혼자 떠들다 나가떨어지는 상대방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말 많은 사람이라고 쓰면 끝날 것을 온갖 쓸데없는 예를 늘어놓고 있질 않습니까.


그 많은 말 중에 굳이 카테고리를 나누어 보자면, 저 자신에 대한 얘기를 주로 뱉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제 얘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대부분 딱히 궁금하지도 않을 테지만 그냥 좋아하니까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토록 싫었다면 듣던 중 근처에 있는 단단한 물건을 집어서 제 이마에 내리쳤겠지요. 닥치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간에, 제 얘기하는 걸 정말 좋아해서 그간 살면서 느꼈던 자잘한 것들을 위주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저도 제 얘기를 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제 인생을 회고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안 봐도 좋습니다. 어디든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이니까요. 물론 봐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긴 합니다. 인생 회고를 하겠다고 반드시 연대순으로 풀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이야기를 위주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100% 아무도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마는 그간 제 인생을 간단히 나열하자면 이렇습니다.


초딩 때 키가 168cm이라 180cm는 그냥 찍을 줄 알았지만 스무 살을 넘길 때까지 고작 1cm 자랐습니다. 군대 가서 1cm 더 크긴 했는데 그래 봤자 170cm입니다. 아무튼 키가 크던 초딩은 중학교 배치를 전교생의 10%만 가는 외딴곳으로 가게 됩니다. 중딩 때 엄마가 무리해서 캐나다 유학 보내준다고 했는데 친구들 잃기 싫다고 안 갔습니다(현재 중학교 동창들과는 단 한 명도 연락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배치 역시 전교생의 10%만 가는 외딴곳으로 갑니다. 고딩 때 인생의 절정기를 맞아 교내 유명인이 됩니다. 하지만 여친은 없었습니다. 쓰다 보니 또 온갖 말을 다 하는 썩은 버릇이 드러나네요. 지금부턴 짧게 지나가겠습니다. 


수능을 갈아 마셔서 안 좋은 대학교에 갑니다. 집에서 재수 안 시켜줘서 편입을 합니다. 편입 준비하느라 대학 생활을 거의 못 했습니다. 군대도 당시 구타 및 가혹행위의 절정을 달리던 의경으로 갑니다. 전역 후 편입에 성공했지만, 역시 편입생이라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 합니다. 같이 편입한 형이랑 다녔는데 그 형이 개차반이라 제 이미지도 개차반이었다는 걸 졸업하고야 알았습니다. 중간에 휴학하고 서울에 가서 잡지사 어시스턴트를 하곤 인생의 목표를 잡지 에디터로 정하게 됩니다. 월급 38만 원을 악착같이 모아 유럽 여행을 갑니다. 졸업 후 진짜 잡지 에디터가 됩니다. 약 4년을 다닌 후 때려치우고 스타트업에 갑니다. 그런데 대표가 싫다고 한 달 만에 때려치웁니다. 이후 8개월 동안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 또 새로운 회사에 갑니다. 처음으로 팀장이 됩니다. 근데 이번엔 야근이 개같이 많아서 못 버티고 3개월 만에 또 그만둡니다. 또 새로운 회사에 갑니다. 이번엔 파트장입니다. 이번엔 잘해보겠다고 으쌰 으쌰 했지만 끊임없는 정치질과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또 관둡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짧게 지나간다 해놓고 더럽게도 많이 썼네요. 아무튼 나름 파란만장하다고 생각하는 저 인생의 굴곡에 포함된 이야기들을 해볼 생각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유익할 수도 있습니다. 편입을 하고 싶거나, 아싸가 되고 싶지 않다거나, 에디터가 되고 싶다거나, 회사 생활이 너무 어렵다든가 하는 분들 말이지요. 제가 느꼈던 100% 솔직한 느낌을 풀어낼 생각입니다.


꾸준히 써 보겠습니다. 혹시 아나요. 진짜 회고해보려고 쓴 건데 누군가 제 글에 빠지게 되고, 하필이면 그 누군가가 출판사 직원이고, 그래서 책이 나오고, 그래서 베스트셀ㄹ... 그만하겠습니다. 아무튼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래도 글 쓰는 게 업이었는데 너무 안 쓰니까 글빨도 점점 떨어지고 큰 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첫 번째 뻘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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