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전쟁터
나는 집순이이면서, 맛있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하루 종일 정신없이 움직이고,
집안일과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에도,
마음 한편에는 늘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작은 소망이 자리 잡고 있었죠.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따뜻한 모닝커피를 들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 자신으로 돌아옵니다.
머릿속에는 오늘 점심 메뉴가 가득 차 있고,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을까
상상하며 미소 짓습니다.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하루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고, 피로가 살짝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오래 함께 일한 언니들과 친구들은,
서로 마주하면 인사보다 먼저 묻는 말이
“점심 뭐 먹을까?”였습니다.
짧은 수다 속에서 오가는 웃음,
서로 추천하는 메뉴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설렘은,
직장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행복이었죠.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아내도,
아이들의 엄마도 아닌,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집에서 쌓인 피로와 걱정,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오직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짧은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 그리고 함께 웃는 친구들의 말 한마디가, 하루를 버티게 하는 나만의 작은 전쟁터에서의 승리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역할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났습니다.
그 순간이 있었기에, 내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힘껏
견딜 수 있었던 것이죠.
"작은 행복이 모여 큰 힘이 되고,
나는 오늘도 그 행복을 좇아 출근길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