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는 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다.

실증연구가 말해주는 AI와 함께 해야 할 일

by 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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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성형 AI의 활용 효과성에 대한 실증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전처럼
“AI를 쓰면 생산성이 좋아질 것이다”
“AI는 혁신을 가속할 것이다”
같은 개념적 주장보다는,
이제는 “어떤 맥락에서 써야 실제로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는가”를 다루는 연구가 많아졌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훨씬 읽을 가치가 커졌다고 느낍니다.

<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Generative AI Usage and Employee Creativity>이라는 제목의 연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이 담겨있습니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이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그 변화가 실제 업무 창의성으로 이어지는가의 경로를 추적합니다.

연구는 현업에 있는 직원과 그 상사를 대상으로 한 필드 연구 방식으로 진행됐고, AI 사용 빈도 → 심리적 변화 → 실제 업무 행동 → 상사의 평가라는 흐름을 따라 그 작동 메커니즘을 검증합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연구가 업무의 복잡성(task complexity)을 함께 봤다는 점입니다. 같은 AI라도 단순한 일에 쓰일 때와 정답이 없고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일에 쓰일 때 효과가 달라지는지를 함께 분석합니다. 이 연구는 “AI가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AI가 사람의 일을 바꾸는가”를 묻는 연구에 가깝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기 전에, 창의성의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연구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능력도 아니고, 개인의 타고난 재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연구가 다루는 창의성은 훨씬 조직적이고 행동 중심적입니다.
업무 맥락에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며, 실제로 적용 가능한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행동 즉, 이 연구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결과물이 아니라, 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변화에 가깝습니다.

이 관점에서 질문을 다시 던져볼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창의적 행동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만들어주는가?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사용은 직원의 창의성을 높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AI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대신 내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AI는 두 가지를 바꿉니다.

첫째, 사람의 인식입니다.
AI를 활용하는 구성원은 자신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기 효능감이 높아집니다.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변화 속에서 무능해질 것 같은 감각을 두려워합니다. AI는 이 불안을 낮춥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이 정도면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다”
AI는 변화를 연습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둘째, 사람의 행동입니다. 이 연구에서 창의성의 핵심은 과정 몰입입니다.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더 오래 정의하고 여러 대안을 비교하며
아이디어를 반복적으로 수정합니다. 즉, AI는 사고를 빨리 끝내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깊게 만드는 촉매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 더해집니다.
바로 직무 복잡성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AI는 ‘복잡한 문제’에서만 진짜 힘을 발휘합니다. 일이 단순할수록 AI는 자동화 도구에 머물고, 창의성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일이 복잡할수록 AI는 사고 확장 파트너가 되고, 창의성 효과는 크게 나타납니다.

생성형 AI의 효과는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에 쓰느냐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를 ‘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지원하는 장치’로 사용해야 합니다.
답을 묻기보다,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데 쓰고
효율을 내기보다, 생각이 필요한 구간에 쓰고
성과를 내기보다, 시도와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써야 합니다.

AI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관리 과제는 Tool 교육이 아니라 업무의 재설계입니다.

어떤 문제를 사람에게 남길 것인가.
어떤 복잡성을 조직 안에 의도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AI가 생각을 대신해 주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남길 것인가.

AI는 이미 충분히 똑똑합니다.
AI 시대의 조직 경쟁력은
사람을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사람에게 어떤 판단과 사고를 맡길 것인가를 정확히 결정하는 능력일지 모릅니다.

참고문헌

Wang R, Zhang Z, Zhao W, Li SB, Pan Y (2025;), "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generative AI usage and employee creativity: a dual-pathway mediation model". European Journal of Innovation Management, Vol. ahead-of-print No. ahead-of-print. https://doi.org/10.1108/EJIM-02-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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