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죽이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나요?

제왕절개 수술이 껌이었다고 말하는 내 남편 어떡하죠.

by 청아

저는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자고 일어나면 말끔히 잊고, 불리한 기억일수록 더욱더 잊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임신 기간 동안 남편에게 들었던 말들이 잊히지 않고 가끔 생각이 납니다. 여성들이 왜 잊지 못하고 평생을 괴로워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저도 그러고 있더라고요. 우리의 어머니들을 생각해보면 서운했던 마음들을 평생 간직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설마 나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스럼 마음도 있으니 말이죠.




임신했을 때 일입니다.


“배 느낌이 어때?”

“어떻긴 아기들이 꿈틀대고 있지. 배가 콕콕 거려.”


여자들이 남자들의 군대 경험을 이해 못하듯 남자들도 여자들의 임신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촉감들을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 못하죠. 하루는 남편의 말로 크게 분노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네 배속에 있는 아기 에일리언 같지 않아.”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 괴물을 품고 있다는 거야.”

“아니, 초음파 사진을 봐도 사람 같지 않잖아.”

“사람이 되고 있는 중이잖아. 조그마한 세포 하나가 분열을 해서 열심히 사람이 되고 있는 거잖아.” “그렇긴 한데, 네 배를 보면 당장이라도 배를 찢고 나올 것 같아.”

“쌍둥이니깐 배가 큰 거잖아. 너무 말도 안 되는 말로 기분 나쁘게 만들지 마.”


임신이 진행될수록 제 배속 태아가 커가면서 병원에서 찍은 초음파 사진은 우리 둘의 유전자를 나누어 가진 존재가 아닌 무슨 만나고 싶지 않은 벌레처럼 보였나 봅니다. 앞으로 다가올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데 남편도 두려웠을까요? 그렇지만

자신이 느끼는 것들을 그저 여과 없이 저에게 말을 하는 이 남자 정말.... ‘이 남자 어떡하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제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남편.


“내가 수술실에 들어가서 보니 마취로 인하여 어리둥절하게 누워 있다 나왔어. 완전 껌이던데?”

“무슨 소리야. 내가 자세하게 얘기를 안 했을 뿐이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뭐가 힘들어.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네가 검사받을 때 대기실에 잠시 있었는데 거기에 있던 산모들은 정말 고통스러워 보였어. 앉아 있지도 서 있지도 못하고 애매한 자세로 말이지. 너는 그런 고통 아니었잖아. 그런 산모들보다는 쉽게 낳은 거지.”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인가요.

물론 자연분만을 했던 산모들의 고통이 큰 것은 압니다. 그에 비해 제왕절개 수술이 쉬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식으로 출산하였든 모든 산모들은 나름의 힘듦이 있습니다. 비록 눈앞이 노래 질정도,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바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임신기간 동안 100미터 거리의 슈퍼도 30분이 걸리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숨쉬기 힘들었고, 숨 가쁜 호흡으로 차가운 수술실 침대 위에 겨우 누워서 두렵고 무서움을 겨우 참아냈으며 아이들을 꺼내는 동안 덜덜 떨면서 애써 의연한 척했었는데 말이죠. 떨리는 손을 마취과 선생님이 꼭 잡아주지 않았다면 건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수술의 과정을 그대로 소리와 내 피부 위로 지나가던 칼끝의 느낌과 함께 아이들을 꺼낼 때 둔탁했던 몸의 움직임으로 인해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 있었고, 중간에 수면마취를 하지 않았다면 붙잡고 있던 정신을 그대로 놓아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따라오는 고통들이 있었는데 이 고통마저도 가벼웠다고 말하는 내 남자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이 사람 어떡하죠.

수술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껌이었다고 말하는 남편을 처음으로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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