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엄마가 되자 이름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by 청아

저는 친정과 시댁이 멀리 부산에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할 동안 가지 못했었습니다. 아이들도 100일을 기점으로 바깥세상을 구경하기도 했었습니다. 아이들과 맞이하는 첫 명절 추석에 부산으로 출동을 했습니다. 친정부모님은 가끔 저희 집으로 오셔서 아이들을 봤지만 시댁 부모님은 그러지 못했기에 더욱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출산한지는 5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몸상태는 여전히 임산부 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뵙는 거라 저 역시 설레기도 했습니다. 서로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만났던 것 같습니다.


명절이라 손님들과 같이 먹을 음식 장만, 차례상 음식 장만으로 분주했지만 쌍둥이라 아이들에게 꼼짝없이 묶여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댁에 다음 세대를 이을 후손을 낳았기에 너그럽게 넘어가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문제가 발생을 했습니다.

부엌에 계시던 시어머님이 갑자기 “쌍둥이 엄마야~”라고 부르시는데 처음엔 저를 부르는지 몰랐습니다. 2~3번의 부름으로 어머님께 다가가니 할 말이 있다고 하시며 앞으로 호칭을 바꾸시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저는 기겁을 했습니다.


“아니에요. 그냥 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아니지, 이제는 그러면 못써. 남들도 욕할 거야. 이제 엄마가 되었으니 그러면 안된단다. 그러니 앞으로는 네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 거란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든 무슨 상관인가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를 뿐인데. 엄마가 되었다고 바로 그 자리에서 제 이름을 없애버리시는 어머님에게 서운했습니다.

저는 거듭 호칭을 바꾸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지만 시어머님의 생각은 확고하셨습니다. 그 후로 저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에미야” “쌍둥이 엄마!” “OO 엄마야.”


제 이름이 이렇게 많았나요?

엄마가 되자 제 이름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여성들이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평생 살게 되는데 대부분은 그저 ‘엄마’로 불리면서 살죠. 그러다 자식들이 독립하는 시기가 오면서 자기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가끔 인생극장으로 엄마라고만 불리던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맞추고만 살다 자신의 꿈을 잊은 채 살았던 시간들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식은 자식이고, 나는 나이다’로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볼 때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나라면 그러지 않을 텐데.’라며 관조적으로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냥 누구의 엄마로만 불리라고 하니 씁쓸했습니다. 도저히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현재 직업은 전업주부, 전업맘이지만 그냥 저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께 외부에 있을 때와 친척들이 모인 자리 등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우리끼리만 있을 때는 이름을 불러달라고 말이죠. 시어머니께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의 간곡한 부탁에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그래도 ‘쌍둥이 엄마’로 더 많이 불리지만 의식적으로 제 이름을 잊지 않고 불러주시려고 하시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어머님 눈에는 막내며느리가 엄마로 불리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이해하는 듯하지만 별스럽다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 계속 요구할 것입니다.


비록 제 이름보다 누구의 엄마로 더 많이 불리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꼭 제 이름을 사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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