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부재여부 확인하기
엄마가 되고 첫 관문이 모유수유입니다. 자연분만을 하면 2~3일 안에 모유가 돈다고 합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기간이 늘어납니다. 보통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모유가 거의 돌지 않다가 산후조리원에 가서 조금씩 생기기 시작합니다. 병원에 있을 때부터 모유수유 충분히 할 수 있고 교육을 해줍니다. 처음엔 어렵지만 계속하다 보면 완모(완전 모유)를 하게 된다고 말이죠. 쌍둥이는 보통 태어날 때 몸무게 작아서 젖을 빠는 힘이 약해 더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병원 간호사, 조리원 신생아 담당 선생님들도 걱정 말라며 모유 양도 늘어날 것이니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줍니다. 생각했습니다. 꼭 모유수유만 해야 하는 것인지.
혹여 모유양이 늘지 않으면 분유와 함께 혼합수유를 하면 된다고 했는데 주변에서는 자꾸 모유만을 고집하라고 강요합니다.
조리원에 있을 때 일이었습니다. 초보 엄마들을 모아놓고 모유수유와 아기와의 애착관계에 관하여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기가 운다고 무조건 젖을 물릴 것이 아닌 상태를 파악하고 조금 울려도 상관없다고도 했습니다. 엄마들은 아기가 조금만 울어도 어쩔 줄 몰라하여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이기에 잠깐 울린다고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기에 배가 고픈 상태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모유수유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 한 사람 한 사람 가슴 상태를 봐주곤 했습니다. 강사는 엄마들에게 완모를 할 것인지 혼합수유를 할 것인지 물어본 후 가슴을 봐주는데 모두가 앉아있는 상태에서 가슴을 열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엄마들의 가슴 상태를 강사 혼자만 살짝 보는 것이 아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옷을 열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모유양이 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한참 하다 강의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문의를 하고 가슴을 보였습니다.
저의 가슴을 본 강사는 “아이 둘, 셋도 먹일 가슴인데 열심히 안 했군요. 노력을 하세요. 엄마가 모유수유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모유수유를 해야 모성애도 생기는 것입니다.”
정말 모유수유를 해야 모성애가 생기는 것일까요? 나는 모유수유를 제대로 못하는데 모성애가 부족해서 일까요?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가슴을 열어 보인 것도 수치스러웠는데 그런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의 엄마들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대상일 뿐인 존재로 취급이 되었습니다. 교육하는 분들은 그럴 의도가 없었을 테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때는 순간 내가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것인가? 남들 다하는 것을 못하는 것이 순전히 내가 노력을 안 해서 인가? 자괴감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모유양이 많아 충분히 아기에게 수유를 잘하고 있는 엄마들에게는 칭찬을 하는 게 맞겠으나 그렇지 못한 엄마들에게 수치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강사의 말로 인해 수유를 잘하고 있는 엄마는 의기양양해지고 그렇지 못하고 있는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제 능력이 부족하구나를 느끼며 힘들어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꼭 수유를 잘해야만 아기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분유를 먹여도 온 마음으로 아기를 대하면 애착관계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더라고요.
모유수유는 계속 아기가 젖을 빨아야 양도 늘고 하는데 저희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젖을 잘 빨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였습니다.
집에 와서 모유수유를 잘하고 싶었으나 아기들이 도와주지 않았고, 잘 빨지 않으니 모유양이 늘지 않았고, 이미 병원과 조리원에서 젖병이 익숙한 아이들에게 모유수유한다고 서로 진땀을 빼며 힘들어할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하여 생후 50일 만에 모유수유는 중단하게 되었고, 분유를 먹고 누구보다 잘 크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서 모유가 잘 나오는지 계속 확인 전화를 하시는데 이것 또한 엄마로서의 자격을 묻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성애는 보호, 돌봄이 필요한 심리적 욕구 행동에 대한 것이라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아기에게 줘야 할 모유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맘 카페 중에서 쌍둥이 카페에서 알게 된 쌍둥이 엄마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다들 모유수유 기간이 길지 못했습니다. 한꺼번에 두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데 엄마의 몸은 하나이고, 육아책이나 수유 관련 교육을 받을 때 쌍둥이를 양쪽에 끼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모유양이 많이 나온 엄마는 꽤 오랫동안 수유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유수유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데 이것 하나로 안 좋은 기운만 내뿜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저는 짦았지만 포기를 하고 나니 한결 나아졌습니다. 엄마의 자격을 고작 모유수유 하나로 평가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