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드를 읽지 못한다》
AI 회사를 보는 사람 : 전지적 관찰자의 기록 — 전지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이야기
1화. 호기심과 불안의 문 앞에서
나는 코드를 읽지 못한다.
오늘도 개발자의 모니터 너머로 흘끗 본 화면엔 형광빛 문자들이 빼곡했다. 분홍, 초록, 노랑. 누군가에겐 명확한 명령이겠지만, 내게는 여전히 해독 불가능한 풍경이다.
이곳에 들어온 지 석 달.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한 시대가 가장 먼저 흔들리는 자리. 기술이 말을 배우는 공간. 미래가 아직 이름조차 갖기 전, 코드 속에 웅크린 채로 숨 쉬는 곳.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이 사무실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건 호기심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라는 것을.
아침 스탠드업 미팅. CTO가 AI 모델의 새로운 성능 지표를 발표할 때, 개발자들의 어깨가 미세하게 경직되는 걸 본다. 점심시간, 디자이너가 "AI가 만든 초안이 내 것보다 깔끔하더라"고 농담처럼 말할 때, 그 웃음 끝에 묻어나는 쓴맛을 느낀다.
저녁 늦은 시간. 빈 사무실에 남은 마케터가 프레젠테이션 문장을 수십 번 고쳐 쓰는 모습. AI가 3초 만에 뽑아낸 문구보다 '인간적인' 무언가를 찾으려는 집요함.
평균 이상의 결과가 '특별함'이 아니라 '기본'이 되어버린 세계.
'내 역할은 얼마나 오래 필요할까?'
누구도 대놓고 묻지 않지만, 키보드 소리의 속도에도, 커피를 마시는 횟수에도, 퇴근 시간을 미루는 빈도에도 그 질문이 스며있다.
이 회사는 그 긴장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감정의 결을 가장 먼저 읽은 사람은 코드 한 줄 이해하지 못하는 나였다. 내부자도, 기술자도 아니기에 오히려 가려진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
그들의 초조함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큰 호기심을 느꼈다. 이 세계는 어디까지 갈까? 기술은 인간을 어디까지 밀어낼까, 혹은 어떻게 끌어안을까?
사람들이 미래를 경계할수록, 나는 미래를 궁금해했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지점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회사는 긴장으로 움직이고, 나는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그 미묘한 균형이 이곳에서 내가 숨 쉬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코드를 읽으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본다. 화면 앞의 표정을, 손가락의 망설임을, 침묵 속의 숨소리를.
이 세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오늘도, 이 미완성의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조금씩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