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드를 읽지 못한다》
AI 회사를 보는 사람 : 전지적 관찰자의 기록 — 전지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이야기
카메라를 켜지 않아도 되는 화면 앞. 낯선 회사의 로고가 로딩되는 동안, 내 책상 위 커피잔에서 김이 올라왔다. 재택 첫날.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9시 정각. 슬랙 알림과 함께 구글 미트 링크가 떴다.
하나둘 화면이 켜졌다. 창문을 등지고 앉은 시니어 개발자, 불을 켜지 않은 채 모니터 빛만 받는 주니어, 아이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급하게 이어폰을 끼는 디자이너. 우리는 같은 회사였지만 완전히 다른 아침 풍경 속에 있었다.
CTO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어제 밤 모델 성능이 다시 올라갔습니다. 정확도 94.7%."
화면 속 얼굴들이 미묘하게 변했다. 축하해야 할 순간인데, 누군가는 입술을 깨물었고, 누군가는 화면 밖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나는 이상한 역설을 읽었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빨리 달려야 했다.
"이번 주 안에 새로운 유저 플로우 만들어볼게요." 프로덕트 매니저가 말했다. 그의 뒤로 정리되지 않은 책상과 어제 먹다 남은 컵라면이 보였다.
"저도 UI 개선안 세 개 더 준비하겠습니다."
"백엔드 최적화도 다시 봐야겠네요."
"마케팅 카피도 A/B 테스트 돌려보겠습니다."
각자의 방에서 던지는 약속들. 그 속도전 같은 대답들 사이로, PM이 유일하게 카메라를 켠 채 미소 짓는 게 보였다. 억지스러운 미소가 아니라, 무언가를 받아들인 사람의 담담한 표정.
회의가 끝나고 화면들이 하나씩 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CTO가 잠시 멍하니 화면을 보다가 연결을 끊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회사의 하루는 성과를 축하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성과를 따라잡아야 하는 레이스의 시작이라는 것을.
화면이 꺼진 후, 슬랙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모지와 느낌표로 가득한 메시지들. 화면 속에선 보이지 않던 활기가 텍스트로 흘러넘쳤다. 어쩌면 카메라를 끈 채로 일하는 이유는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첫날, 나는 코드 대신 화면 속 사람들을 읽었다.
픽셀로 쪼개진 얼굴들, 지연되는 음성, 때로는 끊기는 연결. 불완전한 소통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전달되는 것들이 있었다. 긴장, 경쟁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가려는 의지.
나는 화면을 닫고 창밖을 봤다. 어딘가에서 그들도 각자의 창밖을 보고 있을 것이다.
흩어진 채로 연결된 우리.
이것이 내가 목격한 AI 회사의 첫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