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조직도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CEO, CTO, COO, CBO, CSO, CPO.
스타트업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은 C레벨. 마치 선장이 여섯 명인 배 같았다.
첫 전체 회의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저 리텐션이 15% 떨어졌습니다." CPO가 대시보드를 공유했다.
"서버 비용 최적화가 먼저입니다." CTO가 즉각 반응했다.
"매출 임팩트를 먼저 봐야죠." CBO가 끼어들었다.
"보안 이슈도 체크해야 합니다." CSO가 조용히 덧붙였다.
10초 만에 네 가지 다른 우선순위가 테이블에 올랐다. CEO가 고개를 들어 COO를 바라봤고, COO는 타임라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 전문가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합의가 어려웠다.
하지만 40분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여섯 개의 다른 관점이 하나의 전략으로 조용히 수렴했다.
CTO는 기술적 해법을, CPO는 유저 경험을, CBO는 비즈니스 모델을, CSO는 리스크 관리를, COO는 실행 로드맵을 정리해 나갔다. CEO는 마지막에 단 한 마디로 정리했다.
"3주 스프린트. 각자 OKR 공유."
이것이 C레벨이 많은 이 회사의 양면이었다. 결정은 느렸지만, 한번 결정되면 사각지대가 없었다.
어느 금요일 저녁, 긴급 이슈가 터졌다. AI 모델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았고, 고객사의 컴플레인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평소 같으면 CEO 혼자 결정할 일이었지만, 여기선 달랐다. CSO가 리스크를 분석하고, CBO가 재무 영향을 계산하고, CTO가 기술적 원인을 파악하는 동안, COO는 이미 위기 대응 TF를 꾸리고 있었다.
30분 만에 다각도 분석이 완료됐다. 2시간 만에 대응 전략이 나왔다. 다음 날 아침, 문제는 조용히 해결되어 있었다.
어느 날, 한 주니어 개발자가 물었다.
"권한이 분산되니 책임도 분산되는 거 아니에요?"
그 질문에 CTO가 답했다. "오히려 반대야. 우리는 각자가 100%씩 책임져."
그 말을 듣고 나는 깨달았다. C레벨이 많다는 건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전문성의 집약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비로소 이해했다. C레벨이 많다는 건, 권력이 나눠지는 구조가 아니라, 전문성이 층층이 쌓이는 구조라는 것을. 서로를 견제하는 동시에 보완하는 구조. 느린 시작, 빠른 실행. 그 미묘한 균형이 이 회사의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회의가 길어졌다. 같은 안건을 여섯 번 다른 각도로 검토해야 했다. 때로는 CTO와 CBO가 리소스 배분으로 팽팽하게 맞섰고, CPO와 CSO가 기능과 보안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한 번은 CEO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가끔은 혼자가 나은 것 같아."
그러고는 천천히 웃었다. "물론, 혼자였다면 이미 세 번은 망했겠지만."
나는 이 C의 나라를 관찰하며 배운게 있다. 완벽한 조직은 없다는 것. 다만 각자의 불완전함을 어떻게 엮어내느냐의 문제라는 것.
코드는 읽지 못해도, 권력의 무게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에 실리고, 어디서 비틀리는지는 희미한 결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무게들이 만들어내는 균형 위에서, 이 회사는 위태롭게, 그러나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