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나물

by 윤명희

아빠가 편찮으시면서 엄마는 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했다.

내가 한참 일을 할때는 우리 딸을 봐주느라 그랬고

이제는 아빠를 챙겨야 하니 엄마의 행동반경은 점점 좁아져만 간다.

게다가 동네의 가까운 야채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야채를 사러 나가기 어려워지는 바람에

예전에는 늘 챙겨주던 엄마표 김치 대신 입맛에 맞는 김치를 엄마집과 우리집으로 배송시킨다.


명절 직전 엄마가 물었다. 어디 나물은 살 곳이 없냐고

늘 하던 콩나물, 무나물, 그리고 초록색의 나물을 사고 싶다고 하셨다.

먹고는 싶은데, 직접 무치기는 힘들 것 같다고.

그래서 대답했다. 요즘 세상에 그게 왜 없겠냐고, 집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어렸을때부터 이런 저런 나물류를 좋아했지만,

나물은 항상 할머니나 엄마가 무쳐주는 것라고 생각했다.

명절이 되면 집에서 차례를 지내야 하는 어린 시절에는

엄마 옆에 앉아서 콩나물 다듬는 것 정도 돕고, 엄마가 금방 무친 나물을 하나씩 집어 먹었다.

명절 나물은 왜 그리 또 맛이 있는지,

평소에는 잘 안먹던 고사리 나물도 비빔밥 속에 함께 어우러지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엄마의 나물을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금껏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명절 전에 나물을 주문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 우연히 조서형 쉐프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RFHwL8brYEc?si=rUQmzxGEo_uljZ1H

영상 속에서 엄마 생각에 울컥하는 장면을 보며 함께 울컥했다.

지금까지 계속 엄마에게 얻어먹기만 하고, 기껏해야 식당에 가서 같이 밥먹고

언제쯤 나는 엄마에게 밥상을 한 번 차려드릴 수 있을까?


그래서 도전했다, 엄마를 위한 나물.

영상에서 알려주신 레시피대로 무, 숙주, 고사리, 부지깽이, 얼갈이를 무치고

비슷한 방법으로 콩나물을 무쳤다.

나물거리들을 손질하며, 이걸 우리 엄마는 50년을 넘게 해오셨겠구나 싶은 생각에 한쪽 가슴이 뻐근했다.

서툰 솜씨라 우리집 주방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정말 따라하기 쉽게 설명해주신 레시피 덕분에 어찌어찌 나물들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엄마가 늘 밑반찬을 가득 싸주던 반찬통에 오늘은 내가 나물을 가득 담아 갔다.

제목 없는 디자인.jpg

평소 집에서 밥도 잘 안해먹는 딸이 나물을 해오자 엄마는 깜짝 놀라셨나보다.

자기가 괜한 소리를 해서 일 시킨거 아니냐며 미안해하셨다.

엄마는 내 일생동안 나한테 퍼주기만 했는데 이런 걸로 미안해하신다.

웃으며 말했다. 맛이 없을수도 있다고. 그래도 해드리고 싶어서 했다는 말에 행복해하신다.


나물 배달을 마치고 와서는 엄마를 위한 고스톱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고스톱 게임을 종종 치시는데

너무 오래된 윈도우 게임이라 자꾸 스크립트 에러가 나서 불편하셨던 모양이다.

뒤늦게 저 불편함을 알게 되어 다른 고스톱 게임을 찾다가 문득 만드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로드코드와 대화하면서 오로지 우리 엄마만을 위한 게임을 만든다.


이제 진짜 나이를 먹어가나보다.

내가 세상에 나온 후로 지금까지도 나를 지켜주던 우리 부모님을

이제 내가 지켜드려야 할 시기가 되었다.

나는 두 분이 내게 해주신 것의 절반이라도 해드릴 수 있을까?

가늠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야겠지.

내가 다 해드려도 좋으니, 부디 오래오래 함께 해주세요.

사랑합니다.


#연휴첫날 #엄마를위한나물 #조서형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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