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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희 May 18. 2024

스승의 날의 단상

우리 아이에게 스승의 날은...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2024년 5월 15일은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쳐서 공휴일이 되었다.

13일 저녁, 딸아이가 잠들기 전 부탁을 했다.

"엄마! 나 내일 학교에 일찍 가야 해요. 평소보다 30분 일찍 깨워주세요. 부탁해요!"

평소 아침잠이 많아 아침에 일어나기를 힘들어 하던 아이가 14일 아침은 깨우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혼자서 부산하게 등교 준비를 하더니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집을 나섰다.


학교를 마치고 온 딸아이가 왜 아침에 일찍 나섰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내일이 스승의 날인데, 공휴일이라 학교를 안가잖아요. 반 친구들이랑 선생님께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릴까 고민하다가 다 같이 칠판에 감사다하는 인사를 적기로 했어요. 선생님이 교실에 오시기 전에 해야 해서 일찍 학교로 갔어요"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오시는지 망을 보고, 다른 아이들은 칠판에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그 주위에 그림을 그렸단다.  이걸 하기 위해 아이들은 일주일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했다고 한다.

스승의 날이라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는 그 말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아이들이 준비한 그 인사를 선생님은 좋아하셨는지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너무 감동받아서,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하셨어요!"

그래, 그랬구나. 너희의 마음이 선생님께 그렇게 와 닿았구나라고 생각하다가, 왜 선생님이 감사한지 또 물어보았더니, 딸아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되물었다.

"당연히 감사한 거 아니예요? 선생님이 우리를 사랑하고 예뻐하니까, 그래서 열심히 수업도 해주시고 그런거잖아요.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뭐하러 그런 공부를 시키겠어요?"

그렇구나. 너에게 선생님은 그런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신 선생님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집단이든, 모두가 바람직한 모습일수는 없기에 그런 일들로 상처받고 아파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다. 그 선생님들께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혹시 또 이 어줍잖은 위로가 상처가 될까봐 너무나 조심스럽다. 그런 선생님들께 이런 아이들의 마음만큼 위로가 되고 힘을 내게 해주는 것을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올해 스승의 날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아도 기억에 남는 날에는 항상 선생님이 계셨다. 스승의 날이라며, 선물가게에 가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선생님에게는 전혀 필요없을 것 같던 물건들을 우리가 보기에 이쁘다는 이유로 잔뜩 사서 교탁 위에 쌓아두었던 적이 있다. 자신에게는 아무 필요없었을 그 선물꾸러미를 보면서 행복해하시던 선생님의 표정이 떠오른다. 졸업 후에 담임 선생님의 생신에 촛불을 켠 케이크를 들고 들어가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던 기억에도 놀랐지만 기뻐하셨던 선생님의 얼굴이 있었다. 내 삶의 많은 순간이 내가 선생님으로 부르던 그 분들의 위로와 격려와 칭찬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고, 그 순간들이 나를 앞으로 이끌어 주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그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세상의 많은 선생님들과 나를 사랑해 주었던 나의 선생님들께 내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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